[수도권]프로야구 뺨치는 연식야구, 인기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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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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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공에 실밥까지 그대로
동호인 늘어 올 연맹 출범… 어린이 33개팀등 총 45개팀

《야구공은 딱딱하다. 반발력도 크다. 머리나 급소에 타구를 맞으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보는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나 여성도 야구를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 ‘동네야구’에서 주로 쓰는 테니스공은 너무 가벼워 반발력이 작다. 실밥이 없어 제구가 잘 안되고, 변화구도 불가능하다. ‘테니스공 동네야구’에서 벗어나 ‘진짜 야구’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식(軟式) 야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연식 야구

부드러운 고무로 만든 공을 사용해 부상 위험이 적은 연식야구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연식야구공은 푹신푹신한 데다 표면은 일반 야구공과 똑같아 실력을 늘리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청량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연식야구단이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위는 올 7월 창단된 청량초등학교 연식야구단. 유성열 기자
부드러운 고무로 만든 공을 사용해 부상 위험이 적은 연식야구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다. 연식야구공은 푹신푹신한 데다 표면은 일반 야구공과 똑같아 실력을 늘리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청량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연식야구단이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위는 올 7월 창단된 청량초등학교 연식야구단. 유성열 기자
22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청량초등학교 운동장. 초등학생 20여 명이 김지웅 코치(23)가 던져 주는 공을 번갈아가며 받아 쳤다. 투수 겸 4번 타자 양현태 군(12)도 타석에 들어서 힘껏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둘렀다. 학교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 소리가 이상했다. 중심에 정확히 맞았는데도 ‘탕’ 소리가 나지 않고 ‘퍽’ 소리가 났다.

행여나 공을 잃어버릴까 양 군은 담장으로 뛰어갔다. 공을 찾은 양 군이 돌아오며 말했다. “만져보세요. 물렁물렁하지만 테니스공보다 타구도 멀리 나가요.” 양 군이 건넨 공은 보기에 일반 야구공과 똑같았다. 실밥도 촘촘히 박혔다. 손으로 누르면 쑥 들어갈 정도로 푹신하다는 것만 달랐다. 이태희 군(12)도 거들었다. “공에 맞아도 안 아파요. 예전엔 공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야구가 재미있어요.” 양 군은 “실밥을 채면 변화구를 던질 수 있고 제구도 잘된다”고 자랑했다.

청량초등학교 야구단은 올 7월 창단한 연식 야구단이다. 동대문구가 직접 운영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용품을 제공했다. 이들이 쓰는 공은 고무로 만든 연식 야구공. 일반 야구공은 반발력을 키우기 위해 코르크에 천을 입힌 뒤 가죽을 덧씌워 딱딱하게 만든다. 연식 야구공은 물렁해 다칠 위험이 없다. 어린이나 여성도 부상 위험 없이 즐길 수 있는 것. 2007년 한국형 연식 야구공을 개발해 보급에 나선 김양경 KBO 기획위원은 “아이들이 야구하는 것을 싫어하는 어른들이 많다. 다치기 쉽고, 유리창도 쉽게 깨지기 때문”이라며 “연식 야구공은 그런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일본 자료를 수집하고, KBO 지원을 받아 일반 야구공과 비슷하면서도 안전한 연식 야구공 개발에 성공했다. 공 이름은 밭을 일구듯 저변을 넓힌다는 뜻으로 ‘일구공’이라 붙였다.

○ 우리도 ‘천하무적 야구단’

연식 야구는 최근 동호인이 크게 늘고 있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도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야구장 옆에 다목적 연식 야구장도 문을 열었다. 올해는 한국연식야구연맹도 출범했다. 팀 창단도 늘어 이달까지 어린이 33개, 중학교 10개, 고등학교 1개, 일반 1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10일부터 11일까지는 초등학교 20개 팀이 참가한 ‘KBO 총재배 어린이 연식야구대회’도 열렸다. 김 위원은 “일구공과 연식 야구를 적극적으로 알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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