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버섯 행복’ 가꾸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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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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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서 오늘 ‘버섯체험장’ 여는 김영표-남경화 부부
귀농 15년… 테마공원 구상 “건강한 삶 각자 돌아봤으면”

김영표(왼쪽), 남경화 씨 부부가 헌 트랙터를 개조해 만든 ‘버섯마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김영표(왼쪽), 남경화 씨 부부가 헌 트랙터를 개조해 만든 ‘버섯마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이제 표고버섯이라면 자신 있지만 버섯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버섯과 함께 나누는 삶이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경북 경산 나들목 부근 하양읍 환상리에 있는 ‘김영표 버섯명가’. 1만 3000여 m²(약 4000평) 규모의 표고버섯 농장 마당에서 김영표(49), 남경화(45·여)씨 부부는 3년가량 준비한 버섯체험실 등의 시설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 부부는 23일 버섯체험장을 개장한다. 버섯만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장이 아니라 버섯을 통해 ‘건강한 삶’을 돌아보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1993년까지 김 씨는 대구에서 대학교재를 펴내는 출판사를 경영했다. 잘되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버섯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병원에서 아버지가 6개월 정도만 살 수 있다고 했지만 버섯을 열심히 드시게 해서 그런지 2년가량 더 살다 돌아가셨다”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최고의 버섯을 재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침 고향인 경산에 대대로 내려온 대추밭이 있어 이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버섯에 대한 전문성은 없었지만 출판사 사장 출신답게 버섯에 관한 책을 통해 한 걸음씩 표고버섯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 버섯 재배로 이름 난 농민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배우곤 했다.

농장을 시작한 지 15년 만인 현재 표고목(길이 120cm가량의 참나무 토막)은 1000여 개에서 4만여 개로 늘었다. 생산량도 연간 60여 t에 이르게 됐다. 온갖 시행착오 끝에 표고버섯 유기농 재배 인증을 받은 뒤 전국농업기술대상, 친환경농산물대회 최우수상, 농림부장관상, 경산시 농업대상, 경북도 농정대상 등을 수상했다. 부인 남 씨는 “정성껏 키운 표고가 1년이 지나 예쁘게 갓을 만들 때면 팔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웃었다. 표고버섯국수 등 버섯을 이용한 100여 가지 요리를 연구하고 있는 남 씨는 조만간 이를 정리해 책으로 낼 생각이다.

부부가 버섯체험장, 나아가 ‘버섯테마공원’을 구상하는 이유는 건강에 좋은 버섯을 그저 먹기만 할 것이 아니라 버섯을 통해 ‘행복’을 가꿀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다. 김 씨는 “주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버섯을 판매해 편리하긴 하지만 어딘가 인간미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3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체험실을 직접 만들고 폐차된 트랙터를 구해 ‘버섯마차’로 개조했다. 농장 마당 한쪽에는 ‘행복의 종’이 걸려 있고 그 밑에는 빨간 우체통 두 개가 놓여 있다. “버섯을 느끼면서 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넣은 뒤 종을 치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김 씨 부부는 종소리에 맞춰 이렇게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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