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캠퍼스에 디자인 심고 ‘100년의 꿈’ 날개 펴다

  • 입력 2009년 9월 24일 0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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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교 100주년 대구가톨릭대 변신 박차

“비록 월 3만 원이지만 우리 대학을 받치는 벽돌 한 장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대구가톨릭대 대외협력팀에 근무하는 정운진 씨(39)는 23일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졸업 후 희망하는 분야로 잘 진출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학 직원 219명 가운데 168명은 올해 6월부터 매달 2만∼10만 원을 월급에서 떼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2억7000만 원을 모으기로 했다. 직원들의 ‘약속’을 받은 소병욱 총장은 곧바로 이달부터 월급에서 100만 원을 임기 4년 동안 내기로 직원들과 약속했다. 신부인 그는 총장 월급을 받지 않고 신부 월급을 받는데 일반 교수들에 비해 훨씬 적다.

대구가톨릭대가 학생들을 위해 돋보이는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드문 개교 100주년을 5년 앞두고 교직원 900여 명과 학생 등 2만여 명이 있는 대학을 새롭게 만들려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이달부터 대학의 상징색깔인 푸른색 근무복을 입는 것도 이를 위한 일종의 ‘정신무장’.

‘100년 대학’을 위한 첫 그림은 디자인대학 신설이다. 기존 예술대학을 음대와 디자인대로 분리했다. 음대에는 저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인 양성식 씨를 교수로 초빙해 음대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한다. 디자인대는 산업 현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문가 4명(조규창 권오영 이성훈 정상욱)을 교수로 초빙했다. 디자인대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기본 목표와 함께 캠퍼스 전체에 디자인 마인드를 심겠다는 뜻이 들어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뉴욕 프랫디자인학교에서 공부한 뒤 디자인 산업분야에서 활약한 조 교수(48)는 “이제 디자인은 일상생활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분야가 됐다”며 “신설대인 만큼 1회 졸업생부터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명 디자이너인 김영세 씨가 설립한 ㈜이노디자인에서 일한 이 교수(33)는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더 낫게 설계하려는 마음가짐이 바로 디자인 정신”이라며 “학과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디자인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2월 취임한 소 총장은 틈만 나면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만나 “나는 신부여서 자식이 없는데 여러분이 자식이다”라는 말을 건네면서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교직원들에게 “대학은 학생들의 앞날을 열어주기 위해 죽을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뜻에서다. 며칠 전 캠퍼스에는 ‘취업·창업지원센터’라는 5층 건물의 기공식이 열렸다. 최재영 총학생회장(25·컴퓨터공학과 4년)은 “학교가 굉장히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바뀌는 느낌”이라며 “학생들도 학교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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