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택시운전사들 140회 보험사기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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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동원 6년간 6억 챙겨… 택시기사 등 145명 검거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까지 내세워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택시운전사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자신들끼리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교통 법규 위반 차량을 추돌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사에서 6년간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택시운전사 등 145명을 검거해 정모 씨(50) 등 7명을 구속하고 유모 씨(41) 등 13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55명은 강북구와 노원구 일대 영업용 택시운전사다. 나머지 90명은 이들의 지인, 선후배, 친인척들이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에 협조한 병·의원의 원무과장 등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03년 2월 6일 오전 3시경 서울 공릉동 차도에서 택시끼리 고의로 부딪치는 사고를 낸 뒤 병원에 입원해 보험사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600여만 원을 받는 등 2003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40회에 걸쳐 6억2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이들은 근무시간에 사설경마장이나 오락실 등에서 도박을 일삼았고 돈을 잃으면 자금 마련을 위해 범행에 나섰다. 피해차량 탑승자 수가 많을수록 보험 합의금이 커지는 점을 노려 탑승자를 구하는 ‘중간 모집책’도 따로 뒀다. 이들 모집책은 탑승자 한 명을 끌어오는 데 5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도박장에서 자금이 필요한 이들을 모집해 가해 차량에 연결해줬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종일 운행 한 번 하지 않은 채 도박만 하는 운전사도 여러 명 있었다”며 “도박과 보험 사기의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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