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옛 상사 천정배 의원 어색한 재회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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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출근하던 김준규 검찰총장(오른쪽)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서울 용산참사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왼쪽)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출근하던 김준규 검찰총장(오른쪽)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서울 용산참사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왼쪽)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千의원, 용산사건 기록 공개요구 대검찰청 앞에서 시위
金총장, 차에서 내려 인사 “기록 봤지만 공개는 못해”

김준규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며 장관으로 모셨던 천정배 민주당 국회의원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천 의원은 이날 서울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 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검은 상복 차림의 유가족 8명과 함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마침 출근하던 김 총장은 옛 상사를 보고 승용차를 세웠다.

김 총장은 차에서 내려 천 의원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들어가서 얘기하시죠”라고 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지금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이어 천 의원은 “총장이 (청문회에서) 수사기록을 공개한다고 했던 만큼 일선 실무진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기록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김 총장은 “(공개할 수 없다는 실무진의) 보고는 받았지만 직접 다시 보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주변에 있던 일부 시위대는 “보고를 받았으면 뭐하나, 인정을 못하는데” “8개월 동안 장례도 못 치렀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천 의원이 시위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김 총장이 즉석에서 결정해 이뤄졌다. 김 총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검 대변인 등 검찰 관계자 수십 명이 정문 앞에 황급히 나와 김 총장이 시위대로부터 봉변을 당하지 않을지 대비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2분 남짓한 짧은 만남을 마친 뒤 김 총장은 주변에 있던 기자들에게 “천 장관님이 청문회 전 격려도 해주시고 신문기고를 통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났다. 법으로 우리 사회가 다 해결되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천 의원이 지난달 1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내가 아는 김 후보자는 총장으로 적격인 사람이며 검찰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며 야당 중진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김 총장을 공개 칭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도 일부 수사기록 비공개 방침을 되돌리진 못했다. 김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3000쪽에 이르는 기록을 넘겨받아 살펴본 뒤 “검토 결과 천 의원이 요구한 기록은 피고인들의 재판과 무관해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기록은 경찰의 직무집행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부분으로 이미 무혐의 결론이 내려져 공개가 불가능하므로, 철거민 측에서 꼭 봐야 한다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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