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한국 고아 잘 키우는게 고국 사랑이죠”

  • 입력 2009년 8월 18일 06시 40분


美입양아 출신 유성우씨, 광주 충현원 찾아 아이 입양

광주 남구 방림동에 자리한 사회복지법인 충현원에 16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1973년 이 시설에서 생활하다 미국으로 입양된 유성우 씨(41). 미시간 주에 사는 그는 미국인 부인(33)과 함께 충현원을 방문해 지금은 비어 있는 방과 식당 등을 둘러봤다. 그는 충현원 유혜량 목사(59·여)에게 “이 계단이 아직도 있네요. 여기서 놀았던 기억이 나요”라며 계단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유 씨 부부는 앞서 10일 한국 땅을 밟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입양된 지 36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다. 유 씨 부부는 2월 국내외 입양기관인 동방아동복지회에 “한국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날 입양될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만났다.

유 씨는 “미네소타 주에 사는 양부모는 나를 입양한 뒤 내가 외로울까 봐 4년 후에 한국인 여동생을 데려와 함께 키웠다”며 “그런 양부모를 본받아 나 또한 고국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그는 “우리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처음 보자마자 사랑스러운 내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의 뜻을 따라준 아내와 함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유 씨가 충현원을 방문한 것은 그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입양기록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충현원 입양일지에는 ‘1971년 2월 15일 의탁자 유천종, 본적 전남 여천군 율촌면, 주소 광주 계림동 1구 297’이라고 쓰여 있었다.

유 씨는 이 기록을 근거로 유 목사에게 자신의 부모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유 목사는 “고국을 잊지 않고 고국의 고아까지 데려다 키우려는 유 씨의 애틋한 고국사랑에 감동받았다”며 “유 씨가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 씨는 이날 서울로 올라가 입양아를 데리고 17일 미국으로 떠났다. 충현원 062-652-5500, 371-2670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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