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제 적용 판결 잇따라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지난달 제도 도입후 7건 선고
“성범죄 등 형량 상향조정돼”

법관에 따라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형량이 들쭉날쭉한 ‘고무줄 양형’ 시비를 불식하기 위해 도입한 양형기준제를 적용한 판결이 지난달 말부터 잇따라 선고되고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현종)는 A 양(7)과 B 양(7)에게 돈을 주겠다며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도록 한 혐의(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로 기소된 강모 씨(64)에게 지난달 24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양형기준에 따르면 강 씨에게는 징역 2∼4년이 선고돼야 하지만 의제강제추행(강제추행에 준하는 행위)이라는 특별감경 인자를 감안해 형량 구간을 징역 1∼3년으로 적용했다. 또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피해자와 합의를 보지 못했고 누범기간 중에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 등은 형의 가중요소로, 죄를 자백하고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 점은 형의 감경요소로 각각 고려해 최종 형량을 징역 2년으로 정했다.

이는 사법부가 살인, 뇌물, 성범죄, 강도, 횡령, 배임, 위증, 무고 등 8가지 중대 범죄의 형벌기준을 정한 양형기준제를 도입한 지난달 1일 이후 기소된 사건 가운데 첫 판결이다.

같은 날 부산지법도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22)에게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는 등 지난달 1일 이후 기소돼 1심 판결이 난 7건의 사건에서 모두 새 양형기준에 따라 형이 정해졌다.

양형기준제가 도입되면서 성범죄 등 일부 범죄의 형량은 기존 형량보다 다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7일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26)에게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는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했을 경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가 선고되던 기존의 형량보다 세진 것이다.

권태형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는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범죄를 비롯해 뇌물, 횡령, 배임 등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이 수렴되면서 형량이 기존 양형보다 상향조정됐다”고 평가했다. 또 권 판사는 “양형기준제가 권고적 효력만 있음에도 일선 재판부에서는 양형기준제 시행 전의 사건에도 새 기준에 따라 형을 선고하는 등 새 제도가 순조롭게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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