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개항장 문화’ 살리기는 ‘역사 재창조’

  • 입력 2009년 7월 17일 07시 08분


인천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중요한 축은 바로 ‘개항’이다. 비록 외세에 강제로 개항된 것이기는 하나, 개항으로 인천이 근대 도시로 성장하게 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만약 역사를 되돌려 우리가 자주적 근대화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인천은 분명 개항도시로서 지금보다 더 많은 발전과 도약을 이루었을 것이다.

개방과 교류가 대세인 오늘날 인천은 지정학적 위치로 앞으로도 더욱 그 중요성이 높아갈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인천의 개항장 일대를 잘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개항장 일대를 보존한다는 것이 박제된 과거를 그대로 온존시키자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과거 외세에 의해 강제로 개항된 역사를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이를 넘어서는 일이 필요하다. 인천 중구 일대의 개항장을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역사의 재창조이다.

최근 인천시가 중구청과 함께 개항장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곳에 산재한 다양한 근대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문화를 테마로 해 이 지역을 정비해 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근대 건축물을 매입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고 이곳에 산재한 옛 창고들도 연극 전용 극장, 콘서트홀과 같은 공연장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인천시의 이런 결정을 환영하고 반긴다.

이미 인천시는 220억 원을 들여 중구 해안동 일대의 창고 건물들을 매입한 뒤 인천아트플랫폼(옛 예촌)을 조성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미술인들의 스튜디오와 갤러리, 공연장, 연구자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홀, 교육실과 공방을 갖춘 국내 초유의 복합문화시설이다.

도심 한복판의 거리가 문화지대로 탈바꿈한 것이다. 벌써부터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관심이 높고 주변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바라고 싶은 것은 인천아트플랫폼 개관과 개항장 일대의 문화지구 지정에 발 맞춰 이곳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이 되는 것이다. 자칫 의욕이 앞서 성과를 조급하게 바라지 말 일이다. 하나 둘씩 예술가가 제 발로 찾아오고 시민들이 마음 풍요롭게 이곳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려면 느림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어차피 그 성과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오래오래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 agiko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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