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캠프 업체들 “신종플루가 야속해”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여름방학 프로그램 美-加 등 캠프신청 ‘찬바람’
지난 겨울방학땐 달러환율 급등으로 지원 급감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주모 씨(42)는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을 미국 영어캠프에 보내려다가 최근 뉴질랜드로 목적지를 바꿨다. 주 씨는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이 우려되는 미국에 딸을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 목적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초중학생 대상 해외 영어캠프 업체인 A사는 7월에 미국으로 출국 예정이던 영어캠프 참가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예년처럼 신청이 몰려서가 아니라 아무리 기다려도 목표 인원을 채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모집을 포기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신종 플루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미국, 캐나다 영어캠프는 수요가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었고 실물경기 침체의 여파로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예년에 150명 모집하던 것이 올해는 80명, 다른 지역도 100명 정도로 줄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미국행의 경우 출국을 위한 최소인원도 못 채우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에는 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폭등하는 바람에 참가 신청이 급감하고 해외에 있는 협력업체에 달러로 지불하는 비용 부담이 늘어서 손해가 컸다”며 “여름 방학만 기다리며 버텼는데 신종 플루 때문에 죽을 맛”이라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겨울보다는 안정됐지만 1200∼1300원대를 유지하는 원-달러 환율도 캠프 업체들엔 고민거리다. 지난해 6월 환율은 1020∼1030원 선. 600만 원가량 하는 미국 영어캠프(3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달러 환산가치가 지난해 여름보다 1000달러 이상 줄어든 것.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치솟은 지난해 겨울에는 환차손을 감당 못한 일부 업체들이 캠프 비용을 달러로만 결제받기도 했다.

영어교육업체 능률교육의 김수철 부장은 “해외 영어캠프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며 “결국 영세 업체들은 고사하고 덩치 큰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 플루와 고환율 여파는 해외 영어캠프 선호국 판도를 바꿔놓았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기피 대상이 된 반면 플루 위험이 낮다고 알려진 영국, 뉴질랜드 등이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뉴질랜드는 뉴질랜드달러 환율이 안정돼 있어 환차손을 줄이려는 업체들과 자녀의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인기가 높다고 분석된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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