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밤섬 표류기? 그랬다간 벌금이죠”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 한강의 섬 스토리

생태보전지역 밤섬, 명절때 이주민만 출입
선유-난지도 공원화… 노들섬 공연장 추진
서래섬 새로 생기고 저자-부리섬 자취 감춰

‘아무런 희망도 없는 김 씨(정재영 분). 절망 끝에 한강 다리에서 몸을 던졌지만 김 씨는 투신자살에도 실패하고 한강 밤섬에 떠내려온다. 죽는 것도 쉽지 않자 김 씨는 일단 섬에서 살아 보기로 하는데….’

한강 밤섬에 들어간 한 남자의 ‘무인도 라이프’를 다룬 영화 ‘김씨 표류기’가 개봉하면서 덩달아 한강의 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강에서 과연 몰래 살 수 있을까.

○ 밤섬에서 ‘몰래 3개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에는 사실상 육지로 변모한 부리섬(잠실섬)을 제외하면 여의도, 뚝섬, 밤섬(윗밤섬, 아랫밤섬), 선유도, 노들섬, 저자도, 난지도, 서래섬 등 총 8개의 섬이 있다. 이 중 여의도와 뚝섬을 제외한 6개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밤섬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60여 가구 480여 명이 거주하는 ‘유인도’였다. 하지만 1968년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자갈과 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폭파 작업이 시작되면서 밤섬은 무인도로 변했다. 한강사업본부 김경원 홍보팀장은 “폭파 당시 10개의 작은 섬으로 나눠졌던 밤섬은 해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 등이 쌓이면서 현재는 윗밤섬과 아랫밤섬 2개의 섬으로 변했다”며 “폭파 이후 철새가 모여들고 갈대, 갯버들, 버들강아지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 1999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밤섬에서 몰래 3개월 이상 머무르는 것은 가능할까. 김 팀장은 “밤섬에서는 1년에 2차례 대규모 정화작업 외에도 외래식물 제거작업, 철새 먹이주기 사업 등이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몰래 머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반인이 무단으로 밤섬을 방문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관계자 외에 밤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명절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 밤섬을 찾는 60여 명의 이주민밖에 없다.



○ 한강의 섬은 변신 중

9개의 섬은 현재 각기 다른 형태로 변신했다. 광복 이후까지 비행장이 자리 잡고 있던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났고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던 난지도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역시 생태공원으로 바뀌어 수많은 시민이 찾는 서울의 명소인 선유도에는 일제강점기엔 채석장이, 1970년대에는 정수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강대교 밑에 있는 노들섬은 예술섬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3월 오세훈 시장은 “노들섬 5만2000여 m² 일대에 콘서트홀, 오페라극장, 다목적공연장, 조각공원 등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들섬을 ‘한강예술섬’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닥나무가 많아 ‘닥나무 저(楮)’자를 썼다는 저자도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낮은 모래섬으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시민들의 유원지였던 저자도는 압구정동 개발사업에 필요한 모래 채취작업 때문에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반면 새롭게 조성된 섬도 있다. 한강 반포지구에 자리 잡은 ‘서래섬’은 1986년 한강 개발 당시 만들어진 ‘인공 섬’이다. 당시 시에서 시민들의 녹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인공 섬을 조성하고 버드나무, 유채꽃 등을 대규모로 심은 덕분에 매년 ‘서래섬 나비·유채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역사와 특색을 갖추고 있는 한강의 섬은 변화를 거듭하며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한강사업본부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의 섬을 정비해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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