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장검증 속여도 인터넷은 못 속여”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수뢰혐의 서울 관악구청장

돈받은 장소 집기 바꿔 은폐

검사가 옛 사진 검색해 들통

뇌물 사건으로 기소된 구청장이 부하 직원에게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도록 시켰다가 인터넷에 떠 있던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꼬리를 밟혔다.

24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김효겸 서울관악구청장은 2007년 2월 자신이 구청장으로 당선되기 전에 운영하다 처남에게 넘긴 S건설의 사장실에서 구청 직원 윤모 씨로부터 사무관 승진 청탁과 함께 5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공판 과정에서 윤 씨는 S건설 사장실에서 김 구청장을 만났던 당시 상황에 대해 사무실 내부 구조와 앉았던 자리까지 상세하게 기억해내며 돈을 줬다고 증언했다.

김 구청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22일 공판에 김 구청장의 측근인 정모 씨를 증인으로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정 씨는 “S건설 사장실에는 소파가 없으며 내부구조도 윤 씨의 진술과 다르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정 씨의 증언을 근거로 윤 씨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법원은 증인들의 말이 엇갈리자 S건설을 방문해 현장검증을 벌였고, 정 씨의 주장대로 사장실 안에 소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구청장의 무죄 쪽으로 기울었던 재판 분위기는 공판검사의 끈질긴 추적으로 다시 반전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이옥) 김남순 검사는 S건설 사장실의 옛날 사진을 찾으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 검사는 10여 시간 동안 인터넷을 뒤진 끝에 김 구청장이 S건설 사장실에서 손님을 만나는 사진을 찾아냈다. 법정에서 거짓증언을 했던 정 씨도 사진을 들이대자 김 구청장이 사무실 집기를 교체하고 위증을 부탁한 사실을 털어놨다.

재판부는 김 검사가 찾아낸 사진을 증거로 인정해 15일 김 구청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도 정 씨를 위증 혐의로 입건하고, 조만간 김 구청장도 위증교사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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