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상대주의,생각해야 할 것은?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2분


나와 다른 생각 존중, 하지만 ‘폭력이 능사’도 옳다? ‘食人괜찮아’도 옳다?

상대주의,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야 할 것은?

○ 생각의 시작

인간은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왜? ‘나는 소중하니까!’ 따라서 이것을 무조건 이기주의라고 매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도입종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예전엔 참개구리가 울던 연못에 요즘은 미국에서 건너온 황소개구리가 들어앉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삼키고 있다.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심지어는 우리 토종 개구리들을 먹고 살던 뱀까지 잡아먹는다. 토종 물고기들 역시 미국에서 들어온 블루길에게 물길을 빼앗기고 있다.

[고등학교 국어(상),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에서]」

도입종들이 토종을 누르고 번식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느껴지는 글이다. 이는 토종들이 쇠약해진 것이 하나의 원인이므로, 우리 것이 당당히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 생각의 전환

문제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내 것’만을 강조하는 태도일 것이다. 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우물 안 개구리식의 좁은 시야를 극복하게 해 준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후략).[고등학교 문학,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에서]」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선택은 언제나 하나만 할 수 있다. 이때 내가 선택하는 길이 내가 ‘좋아하는’ 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훌륭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택하지 않은 길도 내 선택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갖는다. 그것이 이 시에서 말하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이다. 마치 내가 김태희와 송혜교, 전지현 중에서 한 명에게 끌린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 잠깐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런 생각을 ‘상대주의’라고 말한다.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편협함을 버리고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는 분명히 장점이 많고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생각을 기계적으로 밀고 나가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은 각자 다르다. 따라서 상대주의를 따른다면 모든 생각이 다 옳다고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잘못된 생각이란 없게 된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좋다고 생각하는 관점도, 식인(食人)이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관점도 옳다고 말해야 한다.’

다음의 가상 상황을 보자.

「유일 ―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이야. 인권이나 민주 같은 것들이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억제되어야 해.”

다원 ― “경제가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다른 모든 가치들이 필요 없다거나 언제나 최고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아. 여자가 남자에 비해 열등하다는 생각은 과거에는 옳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잖아. 옳고 그름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한 거야.”

유일 ―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그런데 네 말은 조금 문제가 있는데?”

다원 ― “뭐지?”

유일 ― “너는 지금 나에게 다양한 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너는 내 견해가 틀렸다고 말하면 안 돼. 네가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라고 말하려면 내 견해도 옳다는 걸 인정해야만 해.”」

어떤가. 다원이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의 생각을 더 해야 한다. 상대주의란 자신만이 옳고 다른 이는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 관점을 따른다 하더라도 이런 생각은 필요하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것!’

정근의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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