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버스 만신창이… 전의경 발 묶일판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서울지방경찰청 차량정비창 직원들이 1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 차량정비창에서 파손된 경찰 버스를 수리하고 있다. 16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지원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버스 80여 대 중 52대가 심하게 파손됐다. 박영대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차량정비창 직원들이 1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 차량정비창에서 파손된 경찰 버스를 수리하고 있다. 16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지원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버스 80여 대 중 52대가 심하게 파손됐다. 박영대 기자
화물연대 주말 대전도심 격렬시위 그후

앞유리 깨고 엔진 부수고 서울청 52대 심하게 파손
수리비만 1대에 400만원… 경찰 대체차량 마련 비상

산산조각 난 앞 유리, 빨간색 스프레이 낙서로 가득한 옆면, 찌그러져 엉망이 된 범퍼, 마스크와 장갑이 박혀 있는 엔진….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의 서울지방경찰청 차량정비창에 이송된 32대의 경찰버스는 지난 주말 대전 시위집회 현장의 참혹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버스 지붕 위에 올라가 여기저기 살펴보던 정비사들의 입에서도 한숨이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6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주도하는 대전에서의 전국노동자대회가 대규모 집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25개 중대의 경찰과 현장투입용 경찰버스 75대를 지원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이 깃발을 달았던 대나무를 휘두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경찰 저지선이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강모 의경(23)이 시위대의 대나무에 왼쪽 눈을 찔려 수술을 받는 등 서울 경찰 중 45명이 부상을 당했고, 경찰버스 52대가 심하게 파손됐다.

서울경찰청 차량정비창은 파손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대전에 인력을 파견하는 등 24명의 수리 인력이 16일부터 철야근무를 하고 있다. 정비에 총력을 기울여 18일 중으로 모든 파손 차량의 이송작업을 마쳤고 이번 주까지 수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차량 정비에 정신이 없는 서울경찰청 차량정비창 측은 “지난해 촛불시위 때에는 전소된 버스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엔 시위대가 자동차 전문가들인 화물연대 소속이어서인지 돌멩이, 마스크와 장갑 등 이물질을 엔진에 집어넣어 차를 망가뜨린 경우가 특히 많다”고 전했다. 엔진이 망가지면 차량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수리비로 대당 적어도 4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앞 유리나 범퍼 등 표면이 심하게 손상된 버스의 경우 수리비는 약 200만 원.

파손차량 이송작업이 채 끝나지 않아 정확한 피해 액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1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보험사를 통해 우선 수리한 뒤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은 “차량 수리비보다 앞으로의 근무가 문제”라고 걱정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계기로 대규모 행사 및 집회가 예상되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당장 전의경들이 버스를 타고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데 차량이 모자라 큰일”이라며 “일선 경찰서에서 차량을 협조 받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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