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영화감독들은 인천을 좋아해

  • 입력 2009년 5월 12일 06시 59분


항구도시 인천이 요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영상위원회는 1∼3월 국내 영화사에 대해 로케이션(현지촬영)을 지원한 결과 현재 한국 영화 9편이 인천에서 촬영됐다고 11일 밝혔다.

인천에서 촬영된 이들 영화는 최근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선보인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그 대표작.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들(원빈)의 누명을 벗기려는 엄마(김혜자)의 이야기로 중구 영종도 공항업무단지 인근 공항남로와 연결도로 등에서 촬영됐다. 이 영화는 13일 막을 올리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상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170개 섬-해수욕장-공항-항만
차이나타운등 배경 명소 즐비

같은 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진출한 송강호, 김옥빈 주연의 ‘박쥐’도 영종도의 채석장과 아스콘 공장 등에서 촬영했다. ‘올드 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 씨’ 등과 같이 참혹한 복수 이야기를 선보인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엄정화와 김래원이 열연한 박희곤 감독의 ‘인사동 스캔들’엔 인천항 내항이, 황정민이 탐정으로 출연한 스릴러물인 박대민 감독의 ‘그림자 살인’엔 일제강점기 때 지은 중구 신포동 일본 5·8은행이 각각 등장한다.

이 밖에 여자고등학교 역도부 선수들의 애환을 그린 코믹 영화로 6월 개봉할 예정인 ‘킹콩을 들다’가 인천공항터미널 등에서 촬영됐으며 권지연 감독의 ‘비밀애’, 장훈 감독의 ‘의형제’ 등 4편이 상반기 인천에서 촬영될 예정이다.

TV 드라마 촬영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처음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시티 홀’은 인천시청과 강화도 일원이 주무대다. 부시장과 10급 여성공무원으로 나오는 주인공 차승원과 김선아의 사무실이 인천시청이다. 2일 브라운관을 통해 선보인 MBC 주말드라마 ‘공포의 외인구단’은 문학구장과 송도국제도시 송도컨벤시아 등에서 촬영됐다. KBS2가 9월부터 방영할 예정인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도 곧 인천에서 촬영한다.

인천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영화는 2001년부터 부쩍 늘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엽기적인 그녀’ ‘실미도’ ‘범죄의 재구성’ ‘댄서의 순정’ 등 최근까지 비교적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만 40여 편에 이른다.

3월까지 벌써 영화 9편 촬영
TV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

이처럼 인천에서 영상물 촬영이 늘어나는 이유는 우선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에는 170개가 넘는 섬과 해수욕장, 어촌이 펼쳐져 있는 데다 공항과 항만 등 배경이 될 명소가 많다. 또 개화기에 지은 근대 건축물이 즐비하고 이색적인 차이나타운,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가 있다.

인천이 영화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자 시가 2006년 인천문화재단에 영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원에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영화사에서 로케이션 요청이 들어오면 영상위원회는 10개 구군의 협조를 받아 촬영장을 찾아주고 있다. 상영 분량의 30% 이상을 인천에서 촬영할 경우 최고 1억 원까지 지원한다. 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지원하면 도시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관광 수요가 늘어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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