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동아리,그냥 하니? ‘전략’이 있어야지!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7분


《입학사정관 전형이 올해 대학 입시부터 대폭 확대되면서 비교과 영역의 활동이 당락의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 대학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차별된 경쟁력을 가진 학생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성적과 활동, 면접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하지만, 비슷한 성적의 지원자가 몰린다면 눈에 띄는 비교과 활동에서 변별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 해외 체험활동이나 시간만 채운 ‘억지 봉사활동’처럼 실적만을 위한 활동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비슷한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대입 전형에서 평가가 다른 이유는 뭘까? 남다른 소질과 능력을 십분 살려 매력적인 ‘스펙’을 만드는 방법은 뭘까? 비교과 활동을 전략적으로 하는 비결을 알아본다.》

‘기획-테마-나만의 역할’ 3박자를 갖춰야 “A ”

입학사정관 전형-해외대학 진학 때 확실한 경쟁력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이하 용인외고) 2학년 이용준 군(17)은 2주에 한 번 경기 용인 남사면에 있는 ‘선한 사마리아 보육원’에 간다. 중학교 때 전국리코더콩쿠르에서 수상한 경험을 살려 이 군은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서 리코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군은 법적 성인이 되는 20세에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원생들이 개인후원금과 지원금을 관리하거나 사용하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경제,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원생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생활경제교육’을 진행했다.

이 군은 올해 ‘Ecolish(Economy·경제+Ecology·생태학+English·영어를 조합한 이름)’라는 교내 동아리를 결성해 11명의 부원과 함께 보육원생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24일에는 용인에 있는 보육원 네 곳의 원생들을 대상으로 ‘경제 퀴즈대회’를 열 예정이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경제 용어·개념, 돈 관리법, 직접 출제한 문제를 담은 교재도 제작했다.

대회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이 군은 용인의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과 용인에 기반을 둔 대기업, 백화점, 외국계 회사에 활동 취지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10만 원, 20만 원 씩 모아진 후원금은 대회 준비에 쓴다.

○ 전략1 동아리가 없다고? 그럼 만들라

비교과 활동의 차별성은 ‘기획’에서 시작된다. 만약 자신에게 딱 맞는 동아리가 없다면 고생과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새로운 동아리를 기획해 만들어라.

김창민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은 “이 군은 우연한 기회에 자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경제 교육)를 발견했고 동아리를 직접 만든 점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럼 어떤 동아리는 튼튼히 뿌리를 내리는 반면, 어떤 동아리는 유령 동아리가 되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연수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국제반 3학년 대표 어드바이저는 “목적이 순수할수록 동아리의 생존가능성이 높다”면서 “몰입해 즐길 수 있는 학생들이 모여야 안정적인 동아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떤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열정을 펼칠 수 있는 동아리를 2, 3개로 좁혀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평범해 보이는 사진동아리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시키면 ‘특별한 활동’이 될 수 있다(그래픽 참조). ‘기본’만 하는 활동은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 관심과 열정에서 나오는 참신한 기획력은 주목을 받는다.

꼭 가고 싶은 해외 봉사활동인데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것도 기획력이다. 자비를 들여 다녀온 활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같은 활동이라도 비용을 학교나 장학재단, 지역사회로부터 지원받는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공식적인 선발 절차를 거쳐 파견되는 봉사활동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김창민 입학사정관은 “‘돈이 없다’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며 활동을 못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승부하라”고 말했다.

○ 전략2 남과 다른 ‘스토리’로 승부하라

활동에 주제가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소개된 이 군의 활동에는 ‘보육원생 경제교육’이라는 주제가 있다. 주제와 연결되는 ‘스토리’는 활동 자체를 넘어 그 활동이 본인에게 왜 중요했고, 그 활동을 통해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보자.

A 군은 장애인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또 학생회 간부로서 축제 기획을 맡았다. A 군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재미있는 축제를 원하는 학생들은 반대 표를 냈다. 학생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 A 군. 결국 몸은 불편하지만 입담이 뛰어나고 유머러스한 한 장애인과 오락부장에게 축제 공동사회를 부탁했다.

평가자들은 이 축제가 성공적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가치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이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관한 스토리에 주목한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 남들처럼 ‘학교 주변 환경미화’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교내에 문제 학생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있다고 가정하자. 늘 쓰레기로 가득한 이곳 청소를 자원하는 건 어떨까. 문제학생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고, 또 다른 이야기가 생길 수도 있다. 봉사활동만으로도 충분히 남다른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김묘중 용인외고 국제진로부장은 “미국 대학에선 봉사활동에 투입한 시간은 평가에서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인권, 청소년, 장애인과 같이 ‘테마’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전략3 리더가 아니어도 좋다. 역할을 강조하라

동아리의 대표가 아니어도 좋다. 어떤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라. 대부분의 지원자가 ‘리더’로서의 경험을 내세우지만, 전국 고등학교에 동아리 대표만 수천 명이다. 역할도, 활동으로 배운 경험도 비슷하다. 평가자들에겐 식상하다.

축제 때 자신이 주도적으로 준비한 바자회나 연극 동아리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공연 기획을 맡았던 것 같은 경험을 구체적으로 부각시켜라. 수상 실적이 없어도 좋다.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소개하고 내용을 첨부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식적인 대회에서 소속 동아리가 수상한 실적은 개인적인 실적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김보나 중앙대 입학사정관은 “동아리의 수상 실적을 중요도 순으로 명시하라”고 조언했다. 강조하고 싶은 동아리 수상실적이라면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적시하고 지도교사, 팀원의 이름과 서명을 포함한 동의서를 첨부하자.

입학사정관과 지도교사들은 공통적으로 “비교과 활동에 치중하느라 교과 성적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면서 “객관적인 평가 자료인 학생부와 공인영어성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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