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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8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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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 권순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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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세모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는 이명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이틀 동안 서울지방국세청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회장의 집과 사무실, 그리고 천 회장과 돈 거래를 한 사람들의 집을 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압수했습니다.
천 회장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외에도 지난 2007년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세중나모여행 주식 306억 원어치를 매각했는데 이 돈으로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특별당비 30억 원을 대납했거나 대선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아왔습니다. 검찰은 대선자금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박 회장의 세무조사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박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1명뿐입니다. 추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두 차례,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한 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박 회장이 자신의 운명과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청와대에서 밀려난 전직 비서관에게만 부탁했을까요?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상당한 역할을 한 대통령의 측근 인사입니다. 검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검찰 지휘부가 할 일은 권력의 외풍을 차단해 수사팀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아울러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전 현직 검찰 간부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검찰이 '제 식구'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특별검사가 나서게 될 겁니다.
검찰이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 정권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또 다른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