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개발 SW담긴 노트북 작년 1월 건호씨 회사에 전달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盧, 재임중 건호씨 투자회사 알았을 가능성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개발한 인맥 관리프로그램이 담긴 노트북 컴퓨터가 지난해 초 대통령관저에서 아들 노건호 씨가 실소유주인 국내 벤처회사 O사로 전달됐다가 다시 대통령관저로 돌아간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1월 대통령관저에서 청와대 비품이 아닌 개인용 노트북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O사로 보내졌다가 다음 달 4일 다시 대통령관저로 반환된 단서를 잡고 배송을 맡은 택배회사 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또 당시 청와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이 노트북이 인물 자료 관리프로그램 ‘노하우(KnowHow) 2000’을 전달하기 위해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 노하우 2000은 노 전 대통령이 1998년 개발한 정치인용 인물 자료 관리프로그램으로 일정·명함관리, 메신저, 회계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노하우 2000을 정치업무 표준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퇴임 후 알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O사는 박 회장이 연 씨에게 보낸 500만 달러 가운데 일부로 세워진 미국 내의 ‘엘리쉬 앤 파트너스’가 지분 67%를 갖고 있는 회사다. 노건호 씨가 엘리쉬 앤 파트너스의 대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건호 씨의 회사인 셈이다.

O사에 노트북을 보내고 다시 돌려받은 곳이 대통령관저라는 점으로 미루어 노건호 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노하우 2000 프로그램을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추정이 맞다면 노 전 대통령이 최소한 퇴임 이전에 노건호 씨가 O사에 관여한 사실을 알았으며 나아가 박 회장이 자신의 아들과 조카사위에게 500만 달러를 보낸 사실도 알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들(아들과 조카사위)을 도와주라’는 노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던 박 회장의 진술과도 일치해 ‘포괄적 뇌물죄’를 입증할 정황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때도 이 같은 내용을 추궁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노건호 씨가 노하우 2000 프로그램을 전달받았다고 해서, 이를 노 전 대통령이 O사에 대해 알았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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