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아무 말 없어” 착잡한 봉하마을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6일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잔뜩 흐린 날씨만큼이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의 부인 민미영 씨는 “남편에 이어 노 전 대통령까지 검찰 조사를 받을 줄 몰랐다”며 “모든 것이 잘 풀리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낸다”고 했다. 주민 조모 씨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착잡하다. 큰 탈 없이 출두해 진실을 밝히고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문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왜 ‘신발장수’(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지칭)의 돈을 받았느냐.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 사저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결혼 32주년을 맞아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대구 수성구의 나모 씨(60) 부부는 “노 전 대통령 본인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 않겠느냐. (검찰 수사가) 좀 심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사모’ 회원들은 봉하마을 주차장 옆 공터에서 보수단체를 비판하는 홍보물 30여 점을 전시했으며 마을 밭에서 야생화를 심는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한 남성은 사저 앞 도로에 노란 풍선 꾸러미를 매단 뒤 기타로 간이 공연을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정중동’의 분위기였다.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소환조사에 대비해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님께서는 (출두 통보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1년 2개월 만에 봉하마을 방문객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6일에도 2500명 이상이 찾았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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