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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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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특검 걱정 돼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 검찰, 박연차 진술-천신일 금전거래 추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강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24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구명 로비와 관련한 천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검찰을 믿고 기다려 달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 “우린 단건으로 돈 주고받는 사이 아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지난해 7월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 이후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이미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천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천 회장과 나는 단건으로 돈을 줬다 안 줬다 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청탁과 금품 제공이라는 기본적인 대가 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이런 진술이 애매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박 회장 진술의 취지는 그보다 포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세무조사 시기를 포함해 자주 (금전적으로) 도와줬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천 회장과의 오랜 친분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천 회장은 예전부터 절친한 형님으로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여러 번 도와줬다. 천 회장과의 관계가 뭐 세무조사 막아달라는 일 하나 가지고 돈을 주고받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검찰의 추궁에 천 회장과의 금전거래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와 횟수까지 소상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서는 이 같은 금전거래 가운데 박 회장 구명 로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어느 부분인지, 단순한 사업상 거래는 어느 부분인지를 가려내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단계에 와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 박 회장, 2008년 9월 귀국 경위는?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전면적인 세무조사가 벌어지던 지난해 9월 중순 박 회장이 귀국한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도 해소되고 있다. 천 회장은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고 당시 중국에 머물고 있던 박 회장은 천 회장을 찾아갔다. 박 회장은 레슬링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9월경 귀국했는데 이는 그 자체로 사건이었다. 세무조사 뒤 검찰 수사가 벌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뭘 믿고 귀국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귀국 경위에 대해서도 진술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당시 천 회장에게 “형님, 저 한국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는 것. 검찰은 박 회장의 귀국에는 ‘신변 안전’에 대한 천 회장의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 검찰, 모든 의혹 철저히 수사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천 회장 관련 의혹 등에 대해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을 거론하며 수사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검사는 자기가 수사하던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가면 피의자 처지가 된다. 자신이 수사한 내용보다 다른 내용이 더 나올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의혹에 대해 의지를 갖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말 천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이미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는 상황이다. 홍 기획관은 “아무런 혐의가 없는 사람을 출국금지해놓았을 리는 없지 않느냐. 수사의 필요성에 따라 출국금지했다”며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혐의점이 드러나 있음을 시사했다.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상응하는 현 여권 인사로 천 회장이 꼽혀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