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수사’ 9명 입건… 실질적 처벌대상은 3명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장자연 씨 자살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수사대상자 중 9명을 입건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24일 “장 씨 자살과 관련된 기획사 3명, 감독 7명, 언론인 5명, 금융인 4명, 사업가 1명 등 20명을 조사한 결과 총 9명을 협박, 폭행, 강요, 강제추행, 명예훼손,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입건대상자는 장 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29), 장 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 씨(41)를 비롯해 감독(PD) 2명, 금융인 3명, 기업인 1명, 연예기획사 대표 1명이다. 경찰은 이날 발표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이유로 실명을 밝히지 않고 직종만 공개했다.》

감독은 금품수수-금융인은 강제추행 혐의

‘참고인 중지’ 5명은 前대표 송환 뒤 재조사

문건 원본 존재-성상납 등 핵심의혹 못밝혀

▽ 도피 중인 前대표는 기소 중지=입건자 중 실질적인 처벌 대상은 유 씨, 감독 I 씨, 금융인 O 씨 등 3명에 그쳤으며 술 접대, 성 상납 등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유력인사들은 대부분 무혐의나 보류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감독 I 씨는 장 씨 캐스팅과 관련해 김 씨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됐다. 금융인 O 씨는 술자리에서 장 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해 강제 추행 혐의로 입건됐다. 유 씨는 장 씨 문건 끝 부분과 도장 부분을 찢어 언론에 보내 일부러 문건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등 출판물에 의한 명예 훼손 혐의로 입건됐다. 일본에 도피 중인 김 씨는 강요, 협박, 폭행,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기소 중지됐다.

입건자 9명 중 금융인 B 씨, IT업계 기업인 C 씨, 감독 K 씨, 기획사 관계자 L 씨, 금융인 M 씨 등 강요죄 공범 혐의 5명은 참고인 중지됐다. 경찰은 참고인 중지가 된 이들에 대해 “장 씨가 접대한 술자리에 세 차례 이상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일단 강요죄 공범 혐의가 있다고 파악해 입건했지만 지금 상태에선 수사를 일단 중단하고 도피 중인 김 씨가 검거될 경우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언론계 인사 등은 불기소 및 내사 중지=이들 외 11명은 내사중지(4명), 내사종결(3명), 불기소의견 송치(4명)됐다. 실명공개 등으로 논란이 됐던 언론사 대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균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김 씨, 장 씨의 전화통화 5만여 회를 대조해 본 결과 언론사 대표 A 씨와 통화한 적이 없어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언론사 대표 N 씨는 불기소 처리됐다. N 씨가 장 씨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진술한 장 씨의 동료 연예인은 최면 수사결과 N 씨가 아니라 기자 출신 금융인 O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장자연 문건’에 대해 “유서가 아니며 장 씨가 기획사를 옮길 목적으로 작성한 문건”이라며 “유 씨가 장 씨에게 계약금 없이 소속사를 옮기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문서를 작성토록 유도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성 상납 강요 여부, 유족들이 제기한 문건 원본 존재 여부, 유 씨의 배후 등 핵심의혹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뒷북 수사’ 지적도=경찰은 지난달 14일 수사에 착수한 후 42일에 걸쳐 41명의 전담인력을 투입해 컴퓨터,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 842점, 통화기록 14만여 건, 계좌·카드 사용명세 955건, 10곳의 폐쇄회로(CC)TV를 조사했다. 그러나 수사 기간 내내 뒷북 수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은 장 씨 소속사가 오랜 기간 사용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건물은 놔두고 고작 한 달간 사용했던 청담동 건물만 조사했다가 삼성동 건물에 샤워실과 침실이 갖춰져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보름이 지난 뒤엔 4월에 핵심 인물인 장 씨 소속사 전 대표 김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도피 중인 일본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김 씨와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경찰은 김 씨와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달 3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수사 후 대상자들의 신원과 혐의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가 단 8시간 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성남=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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