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어머니 제삿날도 술접대 불려나가”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24일 장자연 씨 자살 사건 중간수사 발표를 하고 있는 한풍현 경기 분당경찰서장. 원대연 기자
24일 장자연 씨 자살 사건 중간수사 발표를 하고 있는 한풍현 경기 분당경찰서장. 원대연 기자
“장씨, 부당한 계약에 우울증 겹쳐

어머니 제삿날도 술접대 불려나가”

■ 경찰-지인이 밝힌 자살원인

경찰은 24일 장자연 씨의 자살 원인에 대해 여자연예인으로서 느낀 수치심, 문건 유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 개인적인 어려움과 평소의 우울증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분당경찰서 한풍현 서장은 이번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운을 뗀 뒤 연예인 노예계약과 문건의 압박 등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했던 장 씨 자살의 원인들을 모두 언급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소속사 대표 김 씨와 전속계약금 300만 원으로 계약했지만 위약 시에는 1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부당한 관계에 있었다. 김 씨는 이를 무기로 장 씨에게 부적절한 술 접대를 강요했으며, 장 씨가 이를 거부하자 업무용 차량을 빼앗고 매니저의 월급을 장 씨가 지불하도록 하겠다며 협박을 일삼았다. 경찰은 장 씨가 문건에서 “대표 생일날 손과 페트병으로 폭행당했으나 신고도 못했다”고 적은 내용도 전했다.

경찰은 “장 씨가 받아야 할 출연료도 다 못 받아 힘들어했고 무엇보다 김 씨를 무척 무서워했다”고 밝혔다.

장 씨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며 다른 여자연예인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장 씨의 방에서 장 씨가 예전부터 알고 지냈으나 지금은 톱스타가 된 한 인기 여가수의 이름과 함께 “나쁜 ×. 꼭 성공해주겠어”라고 쓴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장 씨가 작성한 문건의 사전 유출에 대한 증언도 공개했다. 한 감독이 연예인 이모 씨가 문건 이야기를 하면서 “김 대표 야단 좀 쳐주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연예계 생활에다 우울증까지 겹쳐 장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경찰의 결론이다. 장 씨의 동료들은 “장 씨가 피곤하고 힘들 때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머니 제삿날에도 불려나가 술접대를 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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