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곳 많은 강원 ‘동반자살 주의보’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17일 인제 3명, 15일 횡성 4명, 8일 정선 4명

열흘 새 강원도에서 세 건의 남녀 동반자살로 잇달아 1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연탄을 피워놓고 자살하는 방법을 택해 경찰이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17일 오전 9시 10분경 인제군 북면의 한 휴게소 주차장에 세워진 렌터카에서 지모(47·속초·무직), 이모(29·전남 여수·무직), 또 다른 이모 씨(21·여·경남 양산·대학 휴학) 등 3명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화덕에서 연탄이 타고 있었고 차량 문틈은 테이프로 밀폐돼 연탄가스 냄새가 가득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차량에서 ‘세상 살기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경찰은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횡성군 갑천면의 한 펜션에서 10∼40대 남녀 5명이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을 시도해 이 가운데 4명이 숨졌다. 8일 정선군 북평면의 민박집에서도 남녀 4명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발생한 세 건의 동반자살 사건은 연탄과 화덕을 이용하고 방문이나 차 문틈을 테이프로 막은 점, 렌터카를 이용해 강원도의 외진 곳을 선택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연령대가 10∼40대로 다양한 데다 거주지도 달라 경찰은 이들이 자살 사이트 등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족과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자살 모의 경로를 수사하는 한편 이들이 주로 접속했던 웹사이트 등을 찾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8일 탤런트 안재환 씨의 자살 이후 연탄가스 중독을 모방한 자살이 부쩍 늘었다”며 “유명인의 자살 이후 이를 따라하는 베르테르 효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심리 전문가들은 강원도가 동반자살 장소로 이용되는 것과 관련해 수도권과 접근성이 편리한 데다 외진 곳이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대체로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을 택하는 편이기 때문에 산이 많고 인적이 뜸한 강원도가 이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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