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경쟁-열정…‘빛고을’이 ‘수능 고을’로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수능성적 첫 공개… 2005~2009학년도 1위 광주광역시

우수교사 우대 경쟁 유도 - 명문사립 선두다툼 치열

“학력신장” 시험거부 없어 - 일반高 대학 진학률 96%

광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D학원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평일 단과반이 없다. 주말에만 겨우 운영하는 단과반에도 수업을 듣는 학생은 200∼300명 남짓이다. 광주의 일반계고는 47곳, 학생은 4만8000여 명. 다른 시도에 비교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학원행(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 종료 시간이 오후 10시∼10시 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밤늦게까지 학생 지도에 매달리는 교사와 학교를 믿고 의지한다. 학원이 들어설 틈이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5년 동안(2005∼2009학년도)의 수능 성적을 16개 시도별, 232개 시군구별로 분석해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5년 내내 대부분 영역에서 수능 1그룹(1∼4등급) 비율이 가장 높아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9등급을 3단계로 나눠 발표한 자료이긴 하지만, 수능 성적이 공개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는 △2005학년도에는 언어, 수리 ‘가’, 외국어 △2006학년도에는 수리 ‘나’, 외국어 △2007∼2009학년도에는 수리 ‘가’, 수리 ‘나’, 외국어 영역에서 1그룹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수리 ‘가’ 영역은 1그룹 비율이 2008학년도에 64.9%, 2007학년도에 57.5%를 기록했다. 상당수 시도가 20∼40% 대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었다.

‘광주의 힘’은 교사의 우수성과 노력 그리고 학교 간 경쟁이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사들의 질을 높이고 수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교단 선진화 사업’을 1991년부터 추진해 왔다. 수능 실시 3년 전부터다. 진학정보팀을 만들어 실적이 우수한 교사들을 우대했고, 국제교육팀을 신설해 영어 교사들끼리의 경쟁을 유도했다. 사립학교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명문 사립’의 명성을 노리는 학교 간 경쟁도 치열하다. 광주 지역 고교는 국공립 11개(23.5%), 사립 36개(76.5%)로 사립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립고 가운데 고려고 광덕고 금호고 문성고 서석고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며 명문으로 급부상했다. 이쯤 되면 교사들의 진이 빠질 만하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광주 특유의 애향심과 한(恨)의 정서다. 문성고 김홍국 교감은 “대부분 광주 출신인 교사들은 ‘공부만이 살길이다’는 신념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과거 광주가 소외 받던 시절 만들어진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광주시 일반계고의 대학 진학률은 96.44%에 이른다.

광주는 사설 모의고사가 금지된 참여정부 시절에도 학생들의 실력 측정과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해 시험을 치렀을 정도로 교육열이 강한 지역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1%에 이르지만 ‘학력 신장’이라는 목표 앞에서 ‘이념’이 설 자리는 없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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