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 말들의 사랑도 피는 계절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제주 경주마육성목장 ‘15마리 330억 씨수말들’ 교배 일반공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한국마사회(KRA) 제주경주마육성목장 교배소. 8일 오후 씨암말인 ‘캔디케이스’(6세)가 자리를 잡자 제주마(일명 조랑말)가 넓은 복대를 한 채 등장했다. ‘시정마(암말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는 말)’로 불리는 제주마는 교배에 앞서 씨암말의 분위기만 한껏 고조시킨 뒤 퇴장했다.

곧이어 씨수말인 ‘메니피’(13세)가 암말의 상태를 살핀 뒤 그들만의 사랑을 나눴다. 혈통을 계승하고 경마장을 빛낼 자마(子馬·새끼말) 생산을 위해 필수 절차를 거친 것이다. 가까이 마련된 무료 관람대에서 이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메니피는 2006년 미국에서 37억 원에 수입된 퇴역 경주마. 현역 시절 11번의 경주에 참가해 5승을 거두는 등 173만2000달러의 상금을 획득한 명마다. 육성목장은 메니피를 비롯해 ‘포리스트 캠프’(37억 원) 등 씨수말 15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씨수말 몸값만 330억 원에 이른다.

육성목장은 매년 말의 발정 시기에 맞춰 씨수말을 총동원한다. 제주지역 마필생산 농가의 암말들에게 무상으로 교배 지원을 한다. 기반이 미약한 마필생산 농가를 지원해 우수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외국에서는 우수 씨수말과 한 번 교배하는 데 1만50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올해 교배지원 기간은 6월 30일까지로 제주지역 씨암말 820여 마리가 혜택을 받는다. 임신에 성공해 새끼를 낳으면 고스란히 농가의 소득이 된다.

씨수말은 특급대우를 받는다.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로 지어진 16m² 규모 개인 마방에서 생활하고 마음 놓고 풀을 뜯을 수 있는 전용 초지도 있다. 홍삼, 마늘, 해바라기씨, 종합비타민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씨수말 1마리의 관리비용은 연간 1억2000만 원에 이른다. ‘말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 육성목장은 전체 면적이 214만 m²로 90만 m²에 이르는 초지와 마방 500개, 1000m 주로, 진료소, 종부소, 원형마장 등을 갖췄다. 이수길 목장사업처장은 “경주마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교배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제주는 싱싱한 초지가 많아 경주마 생산에 최적”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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