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구조조정 없다” 그룹차원 첫 선언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계열사 노조들, 임금삭감 등 고통분담 합의

최태원 회장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힘 키워”

SK그룹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 일자리를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 SK는 8일 경기 용인시 SK아카데미에서 ‘SK 한마음 한뜻 대선언식’을 열고 앞으로 회사 측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하는 대신 사원들은 임금 삭감과 동결, 자진 반납 등으로 고통을 나누기로 결의했다. 지금까지 개별 기업 노사가 이런 내용의 결의를 한 적은 있지만 전체 그룹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SK가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노조위원장, 구성원 대표 등 노사 관계자 200여 명은 이날 선언식에서 △일자리 창출·유지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 △기업가치의 지속적 창출 △성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 △노조 구성원의 고통 분담 및 회사의 고용안정 노력 △성숙된 노사관계 구축 등 5개 조항에 합의했다.

SK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전 직원이 나서 고통 분담에 동참한다는 것이 이번 선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임금 협상 중인 계열사들도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연봉을 약 5∼10% 삭감해 일자리 지키기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SKC는 전 직원의 연봉 10%를, SK에너지는 연봉의 5% 또는 올해 호봉 승급분을 반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또 그룹의 전 임원이 2월부터 연봉의 10∼20%와 성과급 일부를 반납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날 격려사에서 “한마음 한뜻 대선언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힘을 키워내게 됐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더 큰 행복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SK 노조위원장 대표인 SK증권 이주석 위원장은 “이번 선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실천과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지나친 욕심과 조급함으로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기보다는 더디 가더라도 단단한 SK만의 조직문화와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SK㈜ 권오용 브랜드관리부문장은 “지금과 같은 경영위기 상황에서는 구성원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거나 반납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높은 경영성과를 달성했을 때에는 보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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