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盧 전대통령이 요청해 500만 달러 송금했다”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박연차 검찰서 진술… 퇴임前에 돈수수 방법 등 사전협의

정상문 ‘3자회동’ 盧에 보고…‘퇴임뒤 알았다’는 말과 달라

盧아들 건호씨 2007년 12월 朴 만나 “돈 보내달라” 요청

檢, 盧부부 내주말 소환검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500만 달러를 송금했으며, 송금 전에 이 돈을 주고받는 문제를 노 전 대통령과 사전 협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본보 3월 19, 20일자 A1면 참조

▶盧 前대통령, 박연차에 50억 받은 정황

▶“美거주 盧지인 계좌에 달러로 송금”

박 회장의 이 같은 진술은 노 전 대통령이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사과문에서 “퇴임 이후에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500만 달러의 송금을 먼저 요청했다면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간의 협의에 앞서 2007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상문 당시 대통령총무비서관은 서울 S호텔 식당에서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자금을 조달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정 전 비서관은 논의 결과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체포 상태인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500만 달러를 주고받을 당시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사이에서 이 문제를 사전 협의한 시기와 방법, 대화 내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2007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연 씨가 함께 찾아와 500만 달러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미국 유학 중이던 노 씨는 2007년 12월 중순 일시 귀국한 뒤 이듬해 1월 미국으로 다시 출국했다.

노 씨와 연 씨가 박 회장을 방문한 지 한 달 뒤인 2008년 1월 연 씨는 조세회피지역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주소를 둔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창업투자회사를 자신의 명의로 설립했고,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2008년 2월 22일 박 회장의 홍콩 계좌에서 연 씨의 홍콩 계좌로 500만 달러가 송금됐다.


▲동아일보 최재호 기자

권양숙 여사 돈받은 사실

검찰, 盧사과문 보고 알아

한편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3억 원 이상을 받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9일 새벽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비서관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수감 중)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와 별도로 박 회장에게서 10억 원을 건네받아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돈이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8일 “권 여사에게 돈이 간 부분은 어제(7일)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진실이 뭔지 밝혀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이르면 다음 주 후반쯤 소환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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