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으로는 최초로 검찰소환 가능성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수사대상 오른 권양숙 여사

청와대 안주인 된 뒤 갖가지 구설에 올라

여택수 수뢰로 구속때 눈물 흘리는 바람에 수사외압설 돌기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검찰의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수사와 관련해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고백해 부인 권양숙 여사가 이 문제에 개입돼 있음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직접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권 여사 또한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동향 친구다. 그는 부산 계성여상 3학년 때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한 학기를 남겨놓고 중퇴한 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때 권 여사는 군대에서 막 제대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2년 동안 사귀었다. 노 전 대통령 집안에서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와 결혼할 경우 연좌제에 걸려 사회 활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권 여사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좌익 활동을 하다 구속돼 1971년 옥사했다. 두 사람은 아들 건호 씨를 낳은 후에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권 여사의 친정아버지의 좌익 경력이 논란이 되자 노 전 대통령은 “얼굴도 보지 못한 장인 때문에 처를 버려야 되겠습니까”라며 정면돌파 전략을 썼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두고두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1994년 발간한 자전 에세이의 책 제목이 ‘여보, 나 좀 도와줘’인 것도 정치에 소극적인 부인을 빗댄 것이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는 “남편보다 더 정치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청와대의 안주인이 된 뒤 권 여사는 갖가지 구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2003년 8월 386 측근인 여택수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이 롯데쇼핑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권 여사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수사 외압설’로 번지기도 했다. 2004년 1월엔 한 여성 경위가 사석에서 “권 여사가 술과 담배를 너무 즐긴다”고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은 일도 있었다. 2007년 9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신정아 스캔들’ 사건 때 권 여사는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렀다. 그리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을 거론하면서 “힐러리도 잘 대처해서 무마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라”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발언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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