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야구장서 WBC 준우승은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새고… 금가고… 그라운드는‘돌바닥’
소방방재청 4개구장 첫 점검
대부분 낡아 보완-신축 시급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은 정말 야구하기에 좋았어요. 시설도 뛰어나지만 관리가 잘돼 그라운드가 폭신폭신하더라고요. 국내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4번 타자 김태균(한화)은 국내 야구장은 선수에게 위험하다고 했다. 노후한 시설과 딱딱한 바닥 때문에 자칫하면 부상하기 쉽다는 얘기였다. 국내 야구장은 대부분 20∼40년 된 오래된 구장이다. 선수와 관중은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제2회 WBC 준우승 국가로서 부끄러운 현실이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김태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한나라당 의원)에게 의뢰해 2일 소방방재청의 ‘야구장 안전관리 실태 표본 점검 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다. 그 결과 소화기가 작동하지 않고 내야석 계단에 금이 가는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재청은 지난달 23일부터 사흘간 전국 7개 야구장 가운데 잠실(1982년 준공)과 목동(1989년 준공), 대구(1948년 준공), 광주(1965년 준공) 구장을 표본 조사했다. 각 구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며 정부 차원의 안전 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 계단 갈라지고, 선수 대기실 금 가고
이번 조사에 따르면 광주구장의 상태가 가장 나빴다. 준공된 지 44년이나 돼 경기장 곳곳의 표면이 벗겨졌고 일부 철근은 부식됐다. 지정석과 1루 경계 계단은 갈라졌고 3루와 외야 경계 계단은 틈이 벌어져 있었다. 광주시는 이에 대한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구장은 3루 측 선수대기실 복도 벽면과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경기장의 일부 철근도 부식이 진행됐다. 대구시는 관람석 등 리모델링 공사를 하며 보수 작업을 했다. 잠실구장은 소화기를 충전하지 않아 화재 사고가 났을 때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린 목동구장은 내야석에 안 쓰는 철판이 방치돼 있어 흉물스럽다는 지적을 받은 뒤에야 이를 보완했다.
○ 노후 구장 관리보다 신축 필요
방재청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 안전진단 외에 주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축물 붕괴 등 중대한 결함은 없지만 경기장이 오래된 만큼 지속적인 관리 점검을 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지자체가 노후한 야구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영구 KBO 총재는 “지방 야구장 몇 곳은 동네 야구나 가능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정부, 지자체와 협의해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야구장을 신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규 대한야구협회 회장(한나라당 의원)도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을 이용해 야구장 건립과 시설 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과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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