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비 이어 재난기금도 ‘꿀꺽’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9분


1억6600만원 착복 제주지역 공무원-건설업자 20명 적발

서울-전남 공무원 4명은 복지비 1억5650만원 횡령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빼돌려지는가 하면 태풍 등 재해복구를 위해 주민세금으로 조성된 긴급지원비가 공무원의 ‘용돈’으로 쓰이는 등 공무원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또다시 드러났다.

감사원은 1일 서울 노원구, 전남 여수시와 완도군, 고흥군 등 4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명이 모두 1억5650만 원의 복지급여를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감사원 감사에서만 6명의 공무원이 모두 11억5000여만 원의 복지 급여를 횡령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전국적으로 복지급여 횡령 실태가 심각할 것으로 보고 이달 말부터 전국적으로 대규모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노원구의 동사무소 8급 직원 A 씨(34·여)는 2002년 2월 복지급여 관리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지급 대상이 아닌 사람 16명을 지급대상으로 허위 등록하거나 저소득층 교육급여를 빼돌리는 등 모두 293차례에 걸쳐 1억900여만 원을 횡령했다. 전남 여수시의 동사무소의 7급 직원 B 씨(58·여)는 2000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63차례에 걸쳐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급여 2600만 원을 횡령해 빚을 갚거나 친정어머니 생활비로 썼다.

전남 완도군의 면사무소 7급 직원 C 씨(36·여)는 생계·주거급여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2000여만 원을 빼돌렸고 고흥군 읍사무소 7급 직원 D 씨(43)는 수급자 사망, 계좌 오류 등을 이용해 생계·주거급여와 장애수당 등 150만 원을 횡령했다.

제주지역에서는 2007년 9월 발생한 태풍 ‘나리’에 따른 피해복구비 1억6600만 원을 착복한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 2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L 씨(54·5급), H 씨(47·6급) 등 공무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공무원 9명과 건설업자 9명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L 씨 등은 지난해 12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천과 서중천 등 11곳에 쌓인 퇴적물을 제거하는 사업을 발주한 뒤 장비 임대료를 부풀려 지급하는 방법으로 재난관리기금 8748만 원을 과다하게 지출했다. 그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15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재난관리기금으로 1점당 43만 원에 이르는 고급 등산용 의류를 구입한 뒤 직원 30명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K 씨(45·6급) 등 공무원 2명은 2007년 10월 제주시 용담2동에 근무할 당시 거래처에 재해복구물자 구입비를 과다하게 지급하거나 자원봉사자 급식비를 허위 지출했다. 빼돌린 돈 946만 원을 비자금 명목으로 조성해 유흥비와 선물구입비 등으로 썼다. 이번 경찰수사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태풍 ‘나리’에 따른 응급복구비 1억7900만 원을 횡령한 공무원 3명 등이 적발되는 등 재난관리기금 3억4500만 원이 샜다.

제주도는 재난에 대비해 매년 130억∼150억 원 규모의 재난관리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따른 긴급 지원비로 해마다 40억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제주대 양덕순 교수(행정학)는 “공직기장 해이와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재 등에 따라 횡령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봐주기 식 징계나 관행에서 벗어나 엄격하게 상벌제도를 운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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