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달러 ‘핵심 연결고리’ 연철호가 아니라 정상문?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8분


정씨, 盧 前대통령과 막역한 친구

靑비서관 근무 당시 ‘집사’ 역할

500만 달러 진짜 주인 누구인지

박연차, 정씨에 밝혔을 가능성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로 건너간 500만 달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검찰 안팎에서는 이 해답을 풀기 위한 열쇠는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사진)이 쥐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박 회장이 정 전 비서관을 매개로 ‘500만 달러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뜻을 표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전인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재단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금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8월에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서울 S호텔에서 만나 재단 설립 문제를 논의했다고 강 회장은 밝히고 있다. 강 회장이 박 회장에게 재단 설립을 위해 50억 원을 낼 수 있겠느냐고 제안하자 박 회장은 홍콩 계좌에 있는 500만 달러를 건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명의가 분명하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박 회장의 제의를 거절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연 씨 측 대리인이 지난달 31일 밝힌 ‘500만 달러 송금 경위’ 부분에도 정 전 비서관은 등장한다. 연 씨 측은 “박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받기 전에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투자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에게 주선을 부탁했다는 얘기다. 연 씨가 그런 부탁을 박 회장에게 하려 했다면 정 전 비서관보다는 자신의 장인이자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통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연 씨가 박 회장에게서 돈을 건네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노 전 대통령에게 알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연 씨에게 500만 달러를 보낸 이유와 이 돈의 성격도 소상하게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말을 트고 지낼 정도로 막역한 고향친구 사이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사법시험 공부를 하면서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든 ‘독서대’ 사업의 특허권도 함께 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4년여 동안 대통령총무비서관으로 노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살림살이를 맡았다.

검찰은 500만 달러와 별개로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이 혐의로 정 전 비서관을 먼저 조사한 뒤 500만 달러가 오가는 과정에서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수사한 S해운 세무조사 무마 청탁 사건에서 이 회사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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