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얘들아, 이젠 식권 내느라 눈치보지마”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결식아동에 주던 종이식권

이달부터 전자카드로 대체

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에서 받는 식권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소년가장 김성태 군(14·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식권 때문에 수치심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매월 주민센터에 식권을 받으러 갈 때도,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난 뒤 식권을 낼 때도 눈치를 보곤 한다. 김 군은 “식당에 사람이 많을 때는 들어가기 부끄러워 밥을 굶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1일부터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편부편모 가정 등 서울시내 무료 급식 대상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던 종이식권이 전자카드로 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성동구와 광진구, 은평구 등 3개 자치구의 결식아동 3575명에게 전자카드를 시범 발급한다고 1일 밝혔다.

주민센터에서 전자카드를 발급받은 해당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앞으로 식사를 마친 뒤 음식점의 카드 단말기에 체크만 하면 된다. 대금은 매월 자동 충전돼 수시로 주민센터를 찾지 않아도 된다. 카드를 분실하면 재발급도 가능하다.

식권은 거주하는 구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전자카드는 서울시내 가맹 음식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시는 또 ㈜보광 훼미리마트와 제휴해 6월부터 24시간 편의점인 훼미리마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결식아동들이 공휴일이나 명절 연휴에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는 시범 운용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한 뒤 7월부터 25개 전 자치구로 전자카드 발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내 결식아동은 약 5만2400명이다.

서울시 조은희 여성가족정책관은 “무료 급식 대상 어린이들이 이전에 비해 훨씬 생활에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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