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남매 살해, 엄마가 범인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수면유도제 주사후 목 졸라… “우발적 범행” 주장

초등학생 남매를 죽인 사람은 어머니였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5일 이모 씨(34·여)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7시 반경 의정부시 가릉동 자신의 집에서 아들(11)과 딸(9)에게 “감기약 주사를 놔 주겠다”며 주사기로 수면유도제를 투약한 뒤 잠이 든 남매를 끈으로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이 씨는 범행 후 강도사건으로 위장하려고 안방과 거실의 옷장과 서랍장 등을 어지럽힌 뒤 평소처럼 퇴근하는 남편을 데리러 서울까지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오후 9시 10분경 집에 돌아온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119구급대원 앞에서는 아이들을 붙들고 인공호흡을 시도하며 “내 아이들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어 시신을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남매는 평소에도 간호조무사인 어머니 이 씨가 예방주사나 영양제 등을 직접 주사해 주었기 때문에 범행 당일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집 내부가 어지럽혀 있으나 없어진 물건이 없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어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경찰은 숨진 아이들을 부검한 결과 수면유도제 성분이 다량 검출됐고 이 씨가 근무했던 병원에서 사건 발생 일주일 전 이 약품을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씨가 범행에 사용한 수면유도제 앰풀과 주사기 등을 집에서 발견해 증거물로 압수했다.

이 사실을 추궁 받은 이 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 “우울증을 앓았고 먹고사는 게 힘들어 아이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으나 범행 후 겁이 나서 집을 뛰쳐나왔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 부부의 월수입이 300만 원 이상인 점, 이 씨가 우울증으로 2차례 병원을 찾았지만 약은 복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이 씨가 밝힌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일주일 전에 수면유도제를 훔친 것으로 보아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있다”며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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