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재수생도 줄고…”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에 있는 한 입시전문학원의 1층 로비. 예전 같으면 대학입시에 재도전하는 수강생들로 북적였을 저녁식사 시간이지만 요즘은 한산하기만 하다. 김미옥 기자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에 있는 한 입시전문학원의 1층 로비. 예전 같으면 대학입시에 재도전하는 수강생들로 북적였을 저녁식사 시간이지만 요즘은 한산하기만 하다. 김미옥 기자
강남 유명학원外대부분 찬바람… 노량진 고시원도 ‘울상’

경제난으로 서울 강남지역 일부 유명학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원에서 재수 수강생이 크게 줄어 비상이 걸렸다.

4일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7개의 캠퍼스를 운영하는 M학원은 지난달 중순 개강했지만 모집 정원의 80%밖에 채우지 못했다. 올해 캠퍼스 두 곳을 새로 연 것을 감안해도 충원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상반기 내내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M학원 관계자는 “재수를 1년 하려면 1500만∼2000만 원이 드는데 경제난 때문에 재수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예상보다 수강생 모집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원이 800명인 서울 노량진의 V학원도 종합반 1차 모집이 마감됐지만 등록한 수강생이 700명을 넘지 못했다. 예년엔 적어도 750명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였다.

V학원 관계자는 “재수생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대학을 다니면서 재수를 하는 반수(半修) 학생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재수생이 크게 줄어 노량진 인근 고시원들이 텅텅 비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량진의 X학원은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정규반 개강을 했지만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 학원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300명으로 출발을 해야 정상인데 지금 20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노량진 재수학원 중에서 현재 모집을 마친 학원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J학원도 목표 인원을 지난해의 90% 수준으로 낮춰 잡았지만 모집률은 이보다 더 낮다.

대성 종로 등 유명 학원들은 정원을 채우긴 했지만 지원자가 줄어드는 등 재수생 감소 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이사는 “예년에는 재수학원에 등록했다가 대학에 추가합격하면 떠나는 학생이 반 정도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추가합격자의 90% 이상이 대학으로 가버렸다”면서 “전국적으로 재수생이 15∼20%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수생 감소 속에 자연계에 비해 인문계 재수생이 늘어난 것도 올해의 특징. 로스쿨 전환 등으로 최상위권 학생의 선택 폭이 좁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거나 하향 지원했다가 재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서울 목동 정일학원 주욱운 과장은 “인문계와 자연계 비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7 대 3 정도를 넘지 않았는데 올해는 8 대 2로 인문계 학생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면서 “공대나 자연대 학생은 학비가 더 드는 데다 재수까지 해서 더 좋은 이공계열 대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량진 중앙학원 오재성 기획실장은 “로스쿨이 생기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할 곳이 줄어 1년 더 공부해 재도전하려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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