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그 골목엔 뭔가있다]<13>경기고양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경기고양 효릉길 언덕∼종마목장 입구

역사와 나를 만나는 은사시나무 산책길

희릉-효릉-예릉 모여있는 ‘서삼릉’

혼자가도 문화해설사 친절히 안내

300m쯤 되는 이 골목에는 추억과 자기성찰, 미래에 대한 다짐 등 자신을 되돌아보는 상념이 있다.

그리고 골목 양옆에는 이 길을 거니는 사람들을 경호하듯, 하늘을 향해 치솟은 우람한 아름드리 은사시나무가 있다. 이 골목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효릉길 언덕에서 조선왕릉 중 하나인 서삼릉과 종마목장 입구까지 이어진 길이다.

○ 추억을 떠올리는 커피 한잔

골목이 시작되기 직전의 지점에서는 커피를 만들어 팔고 있는 작은 트럭을 만날 수 있다.

트럭 주인은 5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현수 씨. “추억 때문에 많이들 오시는 것 같아요. 헤어지고 난 후 이 골목을 꾸준히 찾아오면서 저에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옛 연인도 많죠.”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 된 안 씨에 따르면 날이 흐리거나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는 날엔 중년 여성들의 발길이 잦아진다고 한다. 서넛이 함께 모여 젊은 시절을 추억하면서 현재의 근심을 잊곤 한다는 것.

안 씨는 “조금 어두웠던 표정으로 찾아왔다가 여기서 커피 한 잔 사들고 언덕 너머까지 골목길을 걸어갔다 오면 생기를 되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역사의 왕릉, 그리고 역동적인 말

이 골목의 끝에는 서삼릉과 경주마를 키워내는 원당경주마목장이 자리 잡고 있다.

서삼릉은 희릉, 효릉, 예릉 등 3기의 묘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희릉은 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 윤씨의 능이고 효릉은 인종과 그의 비 인성왕후 박씨의 능.

예릉은 강화도령으로 불렸던 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 김씨의 능이다.

서삼릉에는 TV드라마에서 ‘도화서 성송연’으로 알려진 의빈 성씨와 정조 사이에서 태어난 문효세자의 묘소인 효창원도 있다.

대부분의 문화재 시설은 단체로 예약해야 문화해설사 설명을 들을 수 있으나 이곳에서는 혼자 가도 기꺼이 응해 주는 장점이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일이며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서삼릉 옆에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원당경주마목장이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16만 m²의 넓은 초원에서 뛰노는 말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인다는 게 관람객의 일반적 평가다.

도시락을 싸와 지정된 장소에서 먹을 수 있으며 매점에서는 컵라면과 음료수, 과자를 살 수 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방된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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