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도시의 樂! 요즘 직장인들 도시락으로 소통한다

  • 입력 2009년 2월 19일 16시 38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19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여러분들은 도시락 하면 뭐가 생각나십니까. 왁자지껄 함께 먹던 점심시간,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함께 까먹던 단짝 친구,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계란프라이….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추억' 아닐까요?

(김현수 앵커) 최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2009년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 도시락 이야기를 산업부 김범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 기자, 도시락이 최근 직장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김범석) 네. 여러분. "깨작깨작" 이 소리도 아닙니다. "쯧쯧쯧" 이 소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2009년 도시락에선 "하하" "호호" 소리가 납니다. 혹시라도 가난해서, '왕따'라서 도시락을 싸온다고 생각하는 분이 옆에 계시다면 이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최근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금잔디가 구준표 헤어스타일을 김으로 형상화 해 만든 일명 '구준표 도시락'을 똑같이 싸오는 직장인들도 있고, 인터넷에는 구준표 도시락 싸는 방법이 나돌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성 도시락이 아닌 점심 도시락을 매일 함께 나눠먹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취재한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아비바생명' 직원들은 올해 1월부터 도시락을 싸와 함께 먹고 있습니다. 처음엔 멤버가 2명이었지만 어느새 6명이나 늘었습니다.

(박 앵커) 구체적으로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이 어느 정도 늘고 있나요?

(김) 최근 취업정보업체 '커리어'가 직장인 16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는데요, 이 중 1/3인 523명이 최근 경기 불황으로 점심식사 해결 방법을 바꿨다고 응답했고, 이 중 39.2%인 205명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다고 답했습니다. 도시락이 뜨다보니 보온도시락을 비롯한 도시락 용품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금 보시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해 1부터 2월 12일까지 도시락 용품 매출액은 123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가 늘었습니다.

(김 앵커) 그렇군요. 직장인들이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싸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텐데, 왜 도시락을 싸오는지 궁금하군요.

(김)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도시락 3행시로 '간단히' 답하더군요. 이들의 3행시를 제가 대신 읊어드리겠습니다. 도! 도착하자마자 먹고 싶다. 시! 시간 안에 먹어야 한다. 하지만 함께 먹는 동료들이 있어 행복하다. 도시락은 도시의 락! 즐거울 '락' 그 자체, 나의 행복 도시락!

(박앵커) 그럴 듯하네요. 그런데 좀 추상적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이유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김) 네, 저도 이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취재를 했는데요, 결국은 도시락을 통해 소통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의 얘기를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인터뷰)서영주 / 우리아비바생명 방카슈랑스팀

"아무래도 요즘에 경기도 안 좋고 해서 적은 월급 좀 아끼고 또 여자들이 많잖아요. 저희는. 그래서 다이어트도 생각하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게 됐어요."

(김) 도시락을 통해 점심값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밖에서 줄을 서며 고생해서 밥 먹는 시간을 줄여 좀 더 여유롭게 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죠. 평소 서로 목례만 하던 이들도 점심을 함께 먹다보니 회사 얘기부터 고민 얘기, 집안 얘기 등 다양한 얘기를 해 친해졌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주말에 따로 만나 뮤지컬 '렌트'와 영화 '쌍화점'까지 봤다고 하네요.

도시락 예찬론을 펼치는 또 다른 회사도 취재했는데요, '야후 코리아' 미디어팀 이용삼 차장은 아내가 아침마다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다닌 지 6개월 만에 15년 간 피던 담배도 끊고 점심값을 아껴서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사각통 도시락, 스텐레스 보온 도시락으로 소통을 한다는 것, 상상을 해보셨습니까? 한 인터넷회사 대표는 2007년부터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런치 위드 CEO'라는 이벤트를 매달 하는데, 주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직원들과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죠.

(김 앵커) 다양한 도시락 마케팅도 나오고 있다죠?

(김) 그렇습니다. 특히 30~40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는 곳들이 많은데요, "짠짠짠짜라" 하는 패스트푸드업체 KFC는 지난 달 말 '런치박스'를 내놓고 구매 고객에게 수면을 도와주는 수면양말을 사은품으로 내걸었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는 아예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역과 명동역점에만 도시락 메뉴를 팔고 있습니다.

불황기 희망노래처럼 여겨지는 도시락. 시청자 여러분들도 내일 점심은 맛있는 도시락, 어떠세요? 도시락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뚜껑을 열기 전 설레임이라고 하는데, 오랜만에 옛날 생각 하면서 설레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박 앵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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