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지도부 개입 어디까지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사건은폐자 정진화 前위원장 지목

피해자측 “직접 회유하려해” 주장

사실일땐 ‘여성의 무마시도’ 충격

정진후 위원장 “아무말 할수없다”

민주노총 간부 성폭행 미수 사건 피해자 측에서 사건 은폐 과정에 개입된 전교조 간부로 정진화 전 위원장의 이름을 실명 거명함에 따라 전교조 지도부의 개입 정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건 피해자 A 씨 대리인을 맡고 있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9일 “정진화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다”며 “5일 기자회견 때 (전교조 현) 위원장을 언급한 것은 지도부 교체 사실을 몰라 빚어진 ‘업무상 착오’였다”고 말했다.

오 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성인 정 전 위원장이 같은 여성 조합원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은폐하려 한 셈이다.

전교조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전교조 지회장 출신의 열성적인 조합원으로 정 전 위원장과도 잘 아는 사이다. 전교조 홈페이지에 정 전 위원장과 A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을 정도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 전 위원장에게 A 씨의 설득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교조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치고 위원장 선출 전 근무하던 서울 S중학교에 복직했다.

정 전 위원장은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위원장은 11월 첫 직선으로 실시되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진후 현 전교조 위원장의 사건 은폐 과정 개입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 위원장은 사건 은폐 당시 수석부위원장이었다.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관계상 정 전 위원장이 여성조합원 성폭력 사건 같은 중대한 사건을 마냥 숨길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교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7, 8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전국 지회장 및 지부 활동가 연수’ 자리에서 “2차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 주변에서는 전교조 경기지부 출신인 정 위원장이 민주노총 경기지부 본부장 출신인 성폭력 가해자 K 씨와 사건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9일 정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려 했으나 그는 “지금은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 도와 달라”며 자리를 피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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