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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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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사학 비리’ 의혹 증폭
前기획처장 “재단 지시로 돈 만들어”
시민단체 “정치적 배경 있다” 진정서
검찰선 ‘폭로교수에 혐의’ 결론
“계좌추적 결과 재단에 간 돈은 없어
교수가 되레 공사대금 등 수억 챙겨”
사학재단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재단 측을 고발했던 이 학교 교수가 오히려 검찰에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수년 동안 여주대의 학교법인 동신교육재단의 횡령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은석)는 최근 김모 전 여주대 교수를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재단 측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김 전 교수에 대해 학교발전기금 또는 학교의 각종 건물 신축대금 등 총 7억∼8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두고 있다.
대학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을 대표적인 사학비리로 보고 재단 이사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김 전 교수가 형사 처벌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
▽재단-교수, 수년간 고소전=이 사건은 2006년 초 이 학교 기획처장을 지낸 김 전 교수가 학교 재단의 횡령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김 전 교수는 이 학교 정모 재단이사장이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빼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오랫동안 공금을 횡령했다고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자신이 기획처장으로 있으면서 정 이사장의 지시로 돈을 만들어 정 이사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 등 재단 측은 김 전 교수를 무고 혐의 등으로 고소했고 김 전 교수도 맞고소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고소와 맞고소를 거듭하면서 경찰 및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흩어져 있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취합돼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재단은 이듬해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김 전 교수를 교수직에서 해임했다. 그는 15년 동안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단의 신임을 얻었고 2002년부터는 기획처장을 맡아 인사, 예산, 구매 등을 총괄했다.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일부 방송에서 ‘재단이 뉴질랜드로 돈을 빼돌렸다’ ‘교원 채용에서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등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참여연대, 전국대학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 관련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를 통해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 이사장이 4선 국회의원과 체육부 장관을 지낸 재단 설립자 정동성(1999년 작고) 씨의 아들이란 점을 들어 ‘권력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지난해 대검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그동안 주임검사가 4명이나 바뀌었고 수사기록도 수만 쪽에 이른다.
▽검찰 “김 전 교수, 공사대금 빼돌려”=검찰은 계좌추적, 관련자 조사를 거듭한 끝에 김 전 교수를 기소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김 전 교수와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재단 측의 ‘비자금 조성 지시’ ‘횡령한 자금의 재단이사장 전달’ 등은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
김 전 교수가 사학재단의 비리라고 제기했던 의혹들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결과를 낳았다. 검찰이 확인한 김 전 교수의 혐의는 학교의 각종 공사, 기금 등과 관련해 3, 4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교수는 학교 건물을 신축하면서 공사대금을 과다 계상해 일부를 빼돌리거나 20억 원 상당의 재단 소유 토지를 매각하면서 차액 일부를 빼돌리는 방법 등으로 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골프연습장 공사를 진행하던 건설업체에 골프연습장을 장기 임대해 주는 대가로 받은 3억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당사자 간의 다툼이 치열해 수년간 면밀하게 조사했다”면서 “김 전 교수와 재단 간의 대립에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사건이 더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