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무선국 허가연장도 언론악법?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 언론노조, 미디어법안 “7대악법” 부풀리기의 허구

시대흐름 맞춘 신문-방송 겸영에 “방송장악 음모”

학자들 “포털의 명예훼손 피해 구제조치는 당연”

언론노조위원장도 “일부 법안 악법으로 볼수없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MBC, SBS 노조 등이 ‘언론 장악 7대 악법’ 저지를 명분으로 26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에 발의된 방송법 등 7개 미디어 관계법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무조건 악법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노조가 악법으로 규정한 7개 법안은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전파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디지털전환특별법) 등이다.》

언론노조는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산업 진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송법과 신문법의 경우, 21세기 미디어 융합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법적 환경의 정비라는 취지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있다. 또 포털로 인한 피해 구제 조항을 신설한 언론중재법이나 방송사의 행정 부담을 완화한 전파법 개정안도 ‘악법’으로 규정한 것은 억지라는 지적이다.

▽악법으로 부풀리기=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국내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신문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대기업의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MBC는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MBC를 민영화해 신문이나 대기업에 넘겨주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MBC 민영화는 1999년 김대중 정권 시절 방송개혁위원회에서도 제시됐던 사안이다.

언론노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인터넷 포털’ ‘인터넷 닷컴’ ‘IPTV’를 언론 중재 대상에 넣는 조항이 인터넷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진실 사건’에서 보듯 포털 등에 의한 명예훼손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의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정정 및 반론 혹은 기사 삭제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전파법 개정안의 경우 지상파와 위성방송의 무선국 개설 허가 유효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조항도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 등이 허가 기간이 짧아 부담이 크다며 완화를 요구했던 사안이다.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특별법의 경우, 2012년 말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지 못했을 경우 주파수를 회수한다는 규정을 두고 지상파의 디지털 방송을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가 10년 가까이 준비해온 디지털 전환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내린다는 것은 법 논리상 당연하다는 설명도 있다.

IPTV법도 서비스가 유사한 케이블 및 위성방송과의 규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대기업 외국인 신문사의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것인데도 이를 악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1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7가지 중 2가지, 예를 들어 망법이라든지 디지털전환특별법 정도는 그 자체만으로는 악법으로 보기 어려운 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법들이 다른 법과 맞물려 통과될 경우가 언론이 정부여당에 장악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부풀리나=언론노조가 미디어관계법 개정안을 통틀어 ‘7대 악법’으로 부르는 것은 ‘악법이 7가지나 된다’고 주장하기 위한 ‘과장된 구호’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의 성명서나 구호를 보면 비판 대상은 신문법과 방송법에 집중돼 있다. 언론노조는 26일 홈페이지에 ‘한나라당 주요 언론관계법 개악안의 실체’라고 띄운 문건에서도 방송법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등 3가지만 설명하고 있고 나머지 법안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파법이나 디지털 전환 특별법처럼 ‘언론’의 범주로 볼 수 없는 법안까지 ‘언론’으로 묶은 것은 이들 법안을 ‘언론탄압을 꾀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려는 선동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언론노조의 태도는 법안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한나라당이 제안한 모든 미디어관계법 개정안은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것”이라며 “독소 조항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언론시민연대는 MBC가 미디어관계법 개정안 관련 보도에서 편파보도를 했다며 ‘뉴스데스크’ ‘뉴스후’ ‘시사매거진2580’ 등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29일 의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공언련은 “‘뉴스후’(12월 20일 방영)의 경우 개정안 반대를 뒷받침하는 인터뷰를 6회에 걸쳐 159초간 내보냈지만 정부 여당의 취지를 설명한 인터뷰는 CBS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을 인터뷰한 것을 20초 동안 인용한 것이 전부”라며 “진행자나 기자의 발언도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한쪽의 의견을 일방적이고 단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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