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당 100원 싸다니… 셀프주유도 좋다”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 국내 첫 대형마트 주유소 오픈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조금이라도 아껴야”

추운 날씨에도 북적… “일부러 멀리서 왔다”

《“우와, 싸긴 싸네. 요즘 같은 때 (L당) 100원이 어디예요.” 22일 오전 9시 반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이마트 구성점. 아직 점포가 개장하려면 30여 분이 남았지만 10여 대의 차량이 주유소 앞에 길게 줄지어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대부분의 주유소와 달리 이곳은 마트 영업시간과 같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올해 3월 정부가 석유제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유통업체의 주유소 운영을 허용한 뒤 이마트가 SK네트웍스로부터 유류(油類)를 공급받아 이날 첫 주유소를 열었다.

이마트 주유소의 1호 고객이 된 박정숙(43·여) 씨는 “중장비 일을 하고 있어 차를 자주 이용한다”며 “예상보다 값이 싸 단골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의 관심사는 ‘뭐든지 싸게 판다’는 기치를 내세운 대형마트에서 기름을 얼마나 싸게 파느냐였다.

이마트는 이날 오전 9시까지 주변 주유소 9곳의 가격을 확인한 뒤 오픈 직전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L당 1198원에 고시했다. 이는 인근 주유소의 1298∼1329원보다 100∼131원가량 싼 것이다. 이마트는 고객이 직접 기름을 넣는 ‘셀프 주유’ 형태로 인건비를 아꼈다.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차에서 내려 주유기 옆 기둥에 붙은 안내문에 따라 큰 어려움 없이 평균 5분 내에 주유를 마쳤다.

그랜저 승용차에 휘발유 53L를 넣고 6만4000여 원을 결제한 김진상(43) 씨는 “기름값이 싸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멀리서 왔다”며 “날이 좀 추웠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셀프 주유의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마트 주유소는 오전 10시부터 40분간 모두 41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오후 6시 현재 300대 차량이 총 1만1250L를 주유했다.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주유소 하나 내려면 수많은 인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고 지역 내 주유소 사업자들과도 충돌이 만만치 않다”며 “돈을 벌려 하기보다는 쇼핑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주유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달 중 경남 통영점에 약 700m² 규모의 2호점을 열고 내년에도 전북 군산점과 전남 순천점 등에 5, 6개의 주유소를 개장할 계획이다.

이마트 외에 롯데마트는 아직 구체적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에쓰오일과 손잡고 주유소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는 GS칼텍스와 제휴해 내년 하반기(7∼12월) 신규 출점 예정인 경기 평택을 비롯한 1, 2곳에 주유소를 낼 예정이다.

용인=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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