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교조 서울지부 이번엔 ‘과제물 투쟁’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중1,2학년 과제>

23일 치러질 ‘일제고사’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부모와 의논해 쓰시오

또 학력평가 거부 유도… 시교육청 “엄정 조치”

전교조 서울지부가 23일 치러지는 ‘전국연합 중1, 2 학력평가’를 무력화하기 위해 평가 거부를 유도하는 과제물을 내는 등의 ‘과제물 투쟁’을 독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학력평가는 중학교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합의한 것이다. 문항 출제는 서울시교육청이 담당하지만 성적 통지나 평가 결과 활용은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번 학력평가를 ‘일제고사’라고 규정하고, 8일부터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력평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과제물을 부과해 시험 거부를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지부가 제시한 과제물 예시에는 △‘일제고사’에 대한 여러 견해 조사하기 △10월 ‘일제고사’에서 벌어졌던 ‘체험학습 떠나기’ ‘그냥 시험보기’ ‘백지답안 제출하기’ 등의 행동에 대한 의견 작성하기 △이번 ‘일제고사’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 작성하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다른 문항은 작성하지 않아도 되지만 학력평가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서 반드시 부모와 함께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평가 거부를 유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지부는 10월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서로 도와가며 문제 풀기’ ‘자체 제작한 시험지로 문제 풀기’ 등 학력평가 거부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당시 투쟁에 참여한 조합원 중 7명이 현재 파면이나 해임이 가능한 중징계에 회부된 상태며,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과제물을 작성토록 하는 간접 투쟁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노모(46) 씨는 “교사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감할 것 같다”며 “이런 내용을 과제물로 부과하는 것은 교사들의 권한 남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교과활동과 관계없는 과제물을 내지 않도록 지도하겠다”며 “일부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이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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