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대구 연탄은행’ 3년째 운영 박종웅 목사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6시 24분


온기 전하는 ‘연탄클로스’

“할머니, 추우신데 냉방에서 지내시지는 않습니까. 이 연탄으로 아랫목을 따뜻하게 지피세요.”

“이렇게 손수 연탄을 갖다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18일 오후 4시 대구 서구 비산동 이화자(74) 할머니의 집 대문 앞.

비산동교회 박종웅(37) 목사가 자원봉사자 4명과 함께 손수레에 연탄 100장을 싣고 와 이 할머니의 집 안에 넣어주었다.

평소 이 교회에 개설돼 있는 ‘연탄은행’을 이용해 온 이 할머니는 함께 지내는 남편이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집을 비울 수 없는 처지.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 목사가 연탄을 손수레에 실어 직접 배달에 나선 것이다.

그는 매주 1, 2회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정에 연탄을 배달해 준다.

연탄은행을 운영 중인 그는 후원 계좌(대구은행 054-13-045883)를 개설해 기금을 조성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 연탄을 나눠주는 일을 3년째 하고 있다.

독지가나 후원자 등에게서 성금이나 연탄을 현물로 기부 받아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에 따뜻한 ‘아랫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회에 연탄은행이 개설된 것은 2006년 2월. 이후 올해 4월까지 12만2000여 장의 연탄을 이웃에 나눠줬다.

매년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까지 5개월간 운영되는 연탄은행은 내년 4월까지 8만여 장(3200여만 원)의 연탄을 추위에 떠는 이웃들에 나눠줄 계획이다.

그는 “올해 말에는 경제위기로 난방용 연탄을 필요로 하는 분이 크게 늘 것 같다”며 “아직까지 기금을 후원하는 분들이 지난해에 비해 적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회에 마련된 연탄창고에는 통상 연탄 2000여 장이 채워져 있다.

연탄은행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문을 연다. 연탄이 필요한 주민은 1인당 3장까지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또 독지가나 후원 회원들이 이곳을 찾아 연탄을 현물로 기부할 수도 있다.

연탄은행 개설 당시 300만 원의 기금으로 출발했으나 올해로 이월된 기금이 1000만 원을 넘을 정도로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의 후원이 늘었다.

1000∼1만 원가량의 소액을 기부하는 개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비산동 일대는 저소득층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아직도 상당수 가구가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편이다.

박 목사는 “올해도 연탄은행이 문을 열자 하루에 40∼50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재물은 쌓아 놓기만 하면 오물이 될 수 있고 나누면 거름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나눔과 봉사의 미덕을 발휘할 때”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연탄은행:

1998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이 2002년 12월 강원 원주시에서 겨울철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처음 개설했다.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대구연탄은행은 2006년 17호점으로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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