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퍼져라! 행복 바이러스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7시 12분


두실초교 3학년 하종무군 백혈병 투병

교직원-학생 1000여명 성금 모금 동참

“친구들은 종무의 병을 가벼운 감기쯤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힘겨운 가족과 종무를 위해 ‘백혈병’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3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두실초등학교(부산 금정구 구서2동) 3학년 하종무(9) 군. 그를 돕기 위해 두실초 전교생 1000여 명과 교직원 50여 명이 13일부터 ‘행복 바이러스’ 전파에 나섰다.

종무 군의 백혈병을 숨기기에는 가족의 삶이 너무 힘들어 보였고, 병이 언제 나을지 기약이 없자 담임교사 김정경(41) 씨는 최근 학교 측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임재수(60) 교장 이하 모든 선생님이 흔쾌히 성금 모으기에 나서자고 뜻을 모았다.

학교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백혈병 급우를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공지문을 띄웠다.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내가 먼저 조금의 성의를 보일 때 이웃도 함께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말을 걸면 빙그레 웃기만 하던, 듬직한 종무 군이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일곱 살 때. 바깥에서 놀다 갑자기 쓰러졌고 그때부터 종무 군의 힘겨운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가족들은 전셋돈을 빼 항암치료에 매달렸다. 지체장애지만 “아들만은 살려야 한다”며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 하창국(39) 씨와 하루 24시간을 꼬박 아들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어머니 허두선(40) 씨의 지극정성 덕분이었을까.

종무 군은 올해 초 병이 나은 듯했다. 종무 군은 말수가 적었지만 봉사위원으로 뽑혔고,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 정도로 건강상태도 좋았다. 그러나 종무 군은 7월 중순 또 쓰러지고 말았다.

부산대병원 무균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며 항암 및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 쌓인 치료비만 5000만여 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등 후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놓고 있다.

종무 군과 골수가 맞는 국내외 기증자를 1명씩 찾았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골수이식 수술비 마련이 막막하기만 하다. 종무 군은 건강상태에 따라 12월경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종무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꼭 도와주세요.” ‘멋쟁이들’이라고 자신의 반을 소개한 친구 32명은 종무 군의 빈 자리가 하루빨리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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