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상주여고 집단식중독 ‘에어컨’이 주범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음식물을 식힐 때 사용하는 이동식 에어컨(냉풍기·사진)에 의해 식중독균이 퍼져 올해 5월 한 여고에서 집단식중독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북 상주시 S여고에서 발생한 집단설사 사고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냉풍기를 통해 식중독균인 바실루스 세레우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은 손이나 음식물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 감염되면 복통 설사 증세를 보이고 하루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임 의원은 “이동식 에어컨을 통한 식중독 발생사고는 국내 역학조사 결과 첫 번째 사례”라며 “당시 이 학교 학생 591명 가운데 142명이 설사가 발생했으며 환자 3명과 에어컨 표면에서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이 에어컨은 지난해 7월 해당 학교가 직영급식을 시작할 때부터 사용했던 것으로 위생관리와 정기점검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은 “음식물을 식히기 위해 사용한 에어컨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으나 환자에게서 발견된 세균과는 유전자형이 달라 에어컨에 의한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다른 감염원을 파악하지 못해 냉풍기에 의한 오염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동식 에어컨을 사용하는 식당이 많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면서 “모든 식중독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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