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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2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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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먹자골목 A음식점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온 단속반이 출동했다.
4인용 테이블이 10개 정도 들어찬 이 음식점은 벽에 붙은 게시판이 메뉴판의 전부였다. '설렁탕' '갈비탕' 등 큼직한 음식 메뉴 아래 '호주산' '미국산' 등의 원산지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휘갈긴 글씨체에 워낙 작은 크기라 눈에 띄지 않는 표기였다.
단속원은 "이렇게 표시해서는 어떤 국적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는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마디 했다.
주인 최모(63) 씨는 "알았다"면서도 뒤돌아서 "하루에 5만~6만 원 버는 우리 같은 식당은 쇠고기가 잘 팔리지도 않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툴툴거렸다.
1일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100㎡ 미만 소형 식당까지 확대 시행된 첫 날. 쇠고기 원산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시행에 앞서 3개월 동안의 계도 기간이 있었지만 이 날 소형 식당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헷갈린다"는 반응이었다.
B음식점 사장은 단속반이 들어서자 "우리는 단속 대상 업소도 아닌데 왜 영업을 방해하느냐"며 욕설을 퍼붓고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음식점은 '육개장' 메뉴의 재료를 '국내산'으로만 표기해놓고 있었다.
단속반으로 출동한 김철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주무관은 "국내산 쇠고기를 쓸 경우 '국내산'이라는 표기와 함께 한우인지, 육우, 젖소인지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단속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불광동 먹자골목 내 소형 음식점 20여 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음식점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정확한 표기를 한 곳도 찾기 힘들었다.
고기전문점인 S음식점은 차림표에 원산지가 제대로 표기돼 있었지만 메뉴판에는 한우·육우 등의 구분이 없어 단속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또 갈비 재료로 쓰이는 호주산 쇠고기 의 구입 영수증을 제시하지 못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M 음식점의 경우도 한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거래명세표가 없어 단속반으로부터 "앞으로 꼼꼼히 챙겨두라"는 지적을 받았다.
30㎡ 남짓한 한 김밥전문점은 메뉴판의 원산지 표시 스티커가 잘 보이지 않아 손님 강모(47) 가는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도 원산지 표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