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직원 경쟁력이 병원의 미래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7시 32분


대구 대학병원들 경영마인드 확산… 중간간부 대상 MBA 개설 잇달아

“교육에 참여하는 것도 빠듯한데 틈나는 대로 토론하고 과제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의료 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앞서죠.”

영남대병원 원무부 외래팀의 정종순(48·여) 파트장(계장급)은 매주 목요일 퇴근 후 3시간 동안 병원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983년 병원 개원과 함께 25년째 근무 중인 정 파트장은 17일 “나 자신이 대학병원이라는 복잡한 기관을 경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근무하게 돼 하루 일과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중간 간부들을 대상으로 경쟁력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의 경쟁력을 키워 고객인 환자들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친절운동 같은 고객 만족 캠페인을 넘어 전문화된 경쟁력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대병원은 지난달 중순 ‘메디컬 MBA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파트장과 팀장급 직원 48명은 매주 1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1월 27일까지 16회 48시간을 교육받으면 수료증이 나온다.

경영학 석사는 아니지만 교육 내용은 꽤 까다롭다. 전문교육기관의 강사들이 지도하는 프로그램은 정규 강의시간 외에 수강생끼리 수시로 토론하고 과제물도 내야 한다.

마지막 단계로 병원 경영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20쪽가량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수료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은 ‘병원 경영 실무’라고 할 만하다. 내용은 △병원 이미지와 명성을 높이는 고객 만족 증대 방법 △진료지원 서비스의 효율화 △합리적인 의사 결정 △부하직원의 역량 개발과 생산적인 조직문화 등이다.

주 1회 교육이라지만 과제 등으로 참여자들은 일주일 내내 공부해야 한다. 김경덕(48) 교육연구부 교육담당 파트장은 “교육에 참여한 지 한 달가량 됐는데 그동안 대학병원의 분위기가 변화에 둔감한 채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며 “수료할 때면 중간관리자로서 자신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서재성 병원장은 “대학병원도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중간 관리자들은 병원 전체의 조직문화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이들의 역량에 따라 병원의 미래가 좌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18일부터 11월 20일까지 10회 일정으로 계장급 이상 간부를 위한 ‘경영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강좌에 참여하는 이 병원 복지증진팀 조현규(47) 계장은 “그동안 해왔던 친절서비스교육과는 달리 병원 경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교육을 마친 뒤 중간 간부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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