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10일 취임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100년이 넘은 명문 여성 사학의 책임을 맡게 되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6년 동안 보직을 맡으면서 배운 경험을 살려 숙명여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습니다.” 17대 숙명여대 총장으로 10일 취임하는 한영실(51) 신임 총장을 5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학교 집무실에서 만났다. 감색 투피스 정장에 스카프를 갖춘 한 총장은 ‘젊은’ 총장답게 경쾌하게 학교 발전 청사진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숙명 콘텐츠 팔아 당당하게 기금 모으겠다”

―대학 살림을 맡은 소감이 어떠신지요.

“전임 이경숙 총장님이 처음 총장이 되셨던 나이와 같지만 경륜이나 능력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다행히 보직교수들의 구성이 좋아 며칠 호흡을 맞춰 보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여러 교수님이 문자나 e메일로 격려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보직을 두루 맡아 ‘총장 수업’을 제대로 한 것 같은데요.

“이 총장님이 14년 재임하시는 동안 절반을 보직교수로 모셨습니다. 사무처장을 하면서 학교의 재무 회계 건설 시설 등을 배웠고 교무처장을 하면서 교수 학사 행정 등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한 총장은 이 전 총장이 자신에게는 업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가장 훌륭한 멘터였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이 네 차례 연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조용필 뒤에 노래하는 느낌 아니냐”고 묻자 부담감과 고마움을 함께 느낀다고 말했다.

“14년 전 여성이 활동하기 힘들었던 시기에 어렵게 기틀을 닦아 놓으신 덕분에 후배들이 좀 편하게 일합니다. 새 총장이라고 모든 것을 새롭게 뒤엎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조직과 구성원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해오던 일을 이어 발전시키는 일꾼일 뿐입니다. 숙명 발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책임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1일 이미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매일 자정 무렵 퇴근했다고 한다. 보직교수들과 브레인스토밍(난상토론)을 하며 학교발전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는 것.

한 총장은 일반인에게는 교수 이전에 방송인으로 더 유명하다. KBS TV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인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 코너에 출연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말솜씨와 유용한 식품정보 제공으로 대중의 인기를 누렸다.

“방송을 통해 식품영양학을 쉽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은 학자로서 큰 행운이죠. 인지도를 높인 것은 보너스일 뿐입니다. 중고교 학부모들이 잠재적인 숙명여대의 고객이니 우리 학교를 많이 찾아주면 고맙겠습니다.”

그는 한 초등학생에게 받은 e메일 얘기를 들려줬다. ‘반드시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에 가겠습니다. 내가 교수가 되면 한 교수님은 나이가 많아 TV에 출연하기 어려울 테니 내가 대신 출연하겠다’는 내용이었다는 것.

한 총장은 “너무 귀여워서 꼭 숙명여대에 와 달라고 답장을 보냈다”면서 “나를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교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 특성화 방향은 정해졌나요.

“후보 공약 중에 가장 먼저 얘기한 것이 교육, 특히 교양교육의 강화입니다. 요즘 교육이 너무 계량화되고 평가나 지표에 매몰되다 보니 정말 대학이 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의 목적인 인재 양성은 학생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을 길러주는 것 아닐까요. 저는 교양수업을 개편해 인문학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국제체험이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센터의 경우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통합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고전을 읽고 글을 쓰고 발표를 하고 그룹토론을 합니다. 과정이 너무 빡빡해 학생과 교수 모두 힘들어하지만 한 학기만 지나면 학생들의 표현능력이 확 달라져요. 어떤 학문이나 직업을 갖더라도 기본기를 갖추게 되는 거죠.”

산학협력단장과 한국음식연구원 원장을 거친 한 총장은 대학이 발전하려면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재정 확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숙명의 비전에 동참하는 분들을 통한 고전적인 기금 모금이죠. 다른 하나는 자구적인 노력, 상생의 노력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앞으로는 파트너십을 강조하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싱크탱크를 활용해 도움을 돌려드려야죠. TESOL, 르코르동블루, 평생교육원 등 우리의 콘텐츠를 개발해 숙명 브랜드를 상품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총장끼리 만나서 협정을 체결하는 톱다운 방식의 국제화보다는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국제화가 중요하죠. 우리 대학은 학부끼리, 교수끼리, 학생끼리 맺어가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이나 공공기관과의 연계도 중요합니다. 일례로 숙명여대 학생들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수업을 들은 뒤 현지 디즈니월드에서 유급 인턴을 하는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한 총장은 “식품전문가인데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 “명색이 비타민 교수인데 다른 일은 남의 손을 빌려도 음식만큼은 내 손으로 하려 한다”며 “그러나 아주 가끔은 친정에서 김치를 얻어먹는다”고 웃으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영실 총장은:

△1957년 인천 출생 △1976년 인천 인일여고 졸업 △1980년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1984년 숙명여대 식품학 석사 △1990년 숙명여대 식품학 박사 △1992년 독일 본대 식품공학과 박사후연구원 △1985∼1997년 부경대 식품생명과학과 교수 △1997년 독일 본대 식품공학과 객원교수 △1997년∼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2000∼2008년 8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장 △2002∼2006년 숙명여대 사무처장 △2006∼2008년 8월 숙명여대 교무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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