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씨 “홍경태씨와 로비알선 서씨 만났다”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7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인사의 건설공사 수주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전 청와대 행정관 홍경태 씨가 경찰의 출국금지 조치 이전에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홍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27일 저녁 그의 소재를 알아본 결과, 23일 오후 6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측은 22일 오후 경찰에 홍 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을 즉시 출국금지 조치하라고 지휘했으나, 경찰 측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일과시간이 이미 지난 데다 주말에 접어들면서 26일에야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홍 씨가 25일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약속해 이를 믿었다”며 “우리가 출국금지를 요청해도 전산 입력에 시간이 걸려 출금 조치가 실질적으로 발효되는 데 2, 3일이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21일 홍 씨에게 처음 소환을 통보할 때 그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안일한 대처였다는 지적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홍 씨가 자진출두 의사를 밝혀놓고 출국한 데 대해선 도피성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미 구속된 서모 씨뿐만 아니라 한국토지공사 전 사장 김모 씨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홍 씨가 이에 부담을 느끼고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도 “홍 씨가 더는 혐의를 숨기기 힘들어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홍 씨가 단순히 여행을 간 것일 수도 있어 해외도피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며 “출입국 관계기관에 입국 시 통보조치를 해 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홍 씨는 올해 4월과 6월에도 두 차례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공사 수주와 관련해 한국토지공사 김모 전 사장에게 부탁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진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28일 오후 4시경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일행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온 정 전 비서관은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도 “홍 씨와 함께 서 씨를 같이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토지공사 전 사장 김모 씨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건 적은 없다”면서도 “김 전 사장에게 전화가 와서 이야기를 하던 중 김 전 사장이 ‘서 씨를 한번 만나보라’고 이야기를 한 것 같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계속한 뒤 돌려보냈고 이어 대우건설 전 사장 박모 씨가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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