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특구… 역시나 부실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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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용 포도도 없이 ‘포도주특구’ 돈만 날려

상당수는 재원 부족으로 사업 보류-축소

전북 완주는 2005년 9월 ‘완주 포도주산업특구’로 지정됐다가 뒤늦게 사업 성공 전망이 없다는 이유로 2007년 10월 해제됐다. 이미 공장 건설 등에 26억6700만 원을 쏟아 부은 뒤였다.

애초에 성공 가능성이 없는 걸 몰랐을까.

우리나라는 와인용 포도 재배 환경이 열악해 2007년 말 현재까지 재배 및 제품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완주에 ‘포도주 특구’를 지정하고 사업비를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 11월 옛 재정경제부와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역특화발전특구제도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성공 전망이 불확실한데도 특구를 지정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지역특화발전특구제도는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하나로 지방자치단체가 특산물 및 관광자원 개발 등 특화사업 계획을 세우면 중앙정부가 이를 승인해 특화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감사원 분석 결과 일부 지역은 특구 지정으로 소득 증대 효과가 컸다. ‘전북 고창 복분자산업특구’는 특구 지정 전인 2004년에 비해 2006년 복분자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실효성 없는 규제 완화와 잘못된 특구 지정 등으로 효과가 떨어진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전남 순천국제화교육특구 등 12개 외국어 특구는 영어교사 배치, 영어체험마을 운영 등을 특화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므로 지역 특화 대상이 아닌데도 특구로 지정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강원 홍천리더스카운티특구, 전남 여수시티-파크리조트특구, 경남 고성체류형레포츠특구는 각각 지역의 1개 민간기업이 골프장, 관광호텔 등을 짓는 사업을 두고 ‘특성화’ 사업이라며 특구로 지정했다.

또 상당수 특구는 재원 부족으로 사업을 보류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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