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때마다 선봉섰던 전우였는데…”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검은 베레모를 쓴 전성우(36·사진) 경사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영정 앞에 있던 부인(29)과 여섯 살 난 딸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듯 넋을 놓고 있었다. 전 경사의 부모와 장모는 "왜 착한 아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오열했다.

5일 오후 4층 건물 옥상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던 20대를 구하려다 함께 추락해 숨진 부산지방경찰청 특공대원 전 경사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시립의료원 영안실.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 특공대 동료 30여 명도 "왜 내 대신 네가 현장에 나갔냐. 보고 싶다 이 놈아!"라며 입술을 깨물고 흐느꼈다.

그는 1997년 10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2001년 7월 경찰특공대에 자원했다.

부산 영도경찰서 형사계에 근무하다가 "남자답게 대 테러임무를 수행해 국가와 민족에 충성하고 싶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합기도 4단, 국술 2단, 태권도 1단의 무술 유단자다.

전 경사는 매년 열리는 어린이 날 행사 때마다 부산 사직야구장과 실내체육관에서 "내 딸 같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테러범 진압과 격파 시범을 도맡아 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요원으로 차출돼 빈틈없는 경호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강정석 부산경찰청 특공대장은 "성우는 크고 작은 작전에 투입할 때 매번 선봉에 설 만큼 동료에게 신망이 높았다. 특공대원 모두에게 가혹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6일 경장이던 그를 경사로 1계급 특진시켰다. 영결식은 9일 오전 10시 부산시 연제구 부산경찰청 야외 주차장에서 열린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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