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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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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두드리는 사물놀이 신명
남사당 풍물에만 안주했다면
전통의 혁신-이단이 없었다면
‘글로벌 문화’가 될수 있었을까
사물놀이의 창시자, 한류 열풍의 개척자. 바로 김덕수를 이르는 말이다. 김덕수는 광복 후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일곱 살 나이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귀신같이 장구를 친다’는 것이 수상의 이유였다. 김덕수의 본질은 단순히 전통문화를 지켰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으로 사물놀이를 탄생시켰다는 점, 그리고 그가 이른바 ‘글로벌 광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올바른 이해의 문이 열린다. “전통을 붙잡느니 이단이 되겠다”는 그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은 ‘몰입’과 ‘신명’이 키워드다. 창조정신으로 사물놀이에 미치니 성공했고, 가락과 하나가 되니 관객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것이다. 다음 글을 논술과 관련시켜 생각해보자.
(가) 2월 공연을 위해 우리는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다. 어떤 연주 곡목으로 무대에 오를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때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이 사물악기로 연주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사물악기로 앉아서 연주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꽹과리, 징, 장구, 북이 전공이던 나로서는 반가운 얘기였다. 심우성 선생은 사물(四物)로 하는 놀이라는 뜻으로 ‘사물놀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내놓았다.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남사당’이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중략) 나는 그날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다. (182쪽)
(나)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타악기 연주자인 모리스 랭(Morris Lange)은 ‘뉴욕타임스’에 우리의 공연을 이렇게 평가했다. “댈러스에서 겨우 네 명으로 구성된 사물놀이의 기막힌 연주를 들은 후, 나는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내가 연주장에 들어섰을 때, 무대 위에는 겨우 네 개의 악기와 깃대 하나만 서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나는 별다른 기대감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모든 청중이 그들의 소리에 함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1쪽)
위 글은 사물놀이가 글로벌 문화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가)는 사물놀이를 변화된 시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한 경우. 남사당의 풍물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사물놀이로 진화·발전시켰다. (나)는 사물놀이 고유의 ‘신명’이란 정서가 세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사례다. 글로벌 시대에 사물놀이가 ‘세계의 한국화’를 실현하는 순간이다.
위 글을 바탕으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내용에서 전통을 대하는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서술하시오’라는 문제를 만들어보자.
남사당에서 배운 가락을 새로운 시대와 무대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 사물놀이다. 혹자는 마당 대신 좁은 무대로 올라간 사물놀이를 보고 충격을 받아 사물놀이를 ‘이단’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물놀이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관객도 즐기고 민족의 신명과 기운도 살리는 상생의 길을 찾아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전통의 현대화다. 비록 마당을 잃고 실내로 들어가긴 했지만 사물놀이는 남사당 풍물의 현대적인 이름이다. 사물놀이는 남사당 풍물이란 전통을 현대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재창조했다.
② ‘(나)에서 사물놀이가 세계인의 감동을 느끼게 만든 이유를 밝히고, 그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보자.
미국은 세계 문화시장의 심장부다.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공연은 전무한 상태였다. 사물놀이는 북, 장구, 징, 꽹과리만으로 그 벽을 넘어섰다. 그 동력은 사물놀이의 ‘신명’이다. 사물놀이의 독특한 색, 예술적 힘은 신명에서 나온다. 신명은 몸과 마음, 그리고 가락이 하나 되는 경지를 경험하게 한다.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린 것이다.
김덕수의 문화적 유전자는 무엇인가? 바로 창조를 통한 ‘열림’이다. 우리 사물놀이 가락이 아프리카의 리듬과 만나고, 남미의 삼바와도 장단을 맞춘다. 그 결과 고유명사이던 ‘사물놀이’는 보통명사가 되어 브리태니커 사전에 등록된다. 사물놀이라는 보통명사가 갖는 힘은 엄청나다. 사물놀이는 지구촌 사람들을 친구로 맺어주기 때문이다. “나의 몸짓아, 70억 지구인의 어깨에 춤을 불러 내려라”고 김덕수가 외치는 이유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